근대를 다시 읽는다 1 - 한국 근대인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하여
윤해동, 천정환, 허수, 황병주, 이용기, 윤대석 엮음 / 역사비평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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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립과 갈등 속의 성장


3부 [‘대한민국’과 국민만들기] - 태초에 전쟁이 있었다.


 국민/민족 국가란 말 그대로 민족을 단위로 형성된 국가로서, 자본주의의 발달로 시민 계급의 경쟁력이 강화되어 봉건 영주나 다른 민족의 지배에서 벗어난, 민족으로 통일 된 국가를 뜻한다. 다양한 사회 계급과 그 계급 사이에 존재하는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통합된 국민국가를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이는 또한 불가피하게 전쟁1)을 유발한다.

 대한민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는 한국전쟁이라는 내전을 겪고 난 뒤, 근대화와 민주화를 위한 여러 투쟁을 겪었다. 해방 이후의 이러한 과정들을 보는 시각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이는 이를 건국을 위한 영광스러운 과정으로 정리하기도 한다. 반면에 사회적 적대와 갈등의 통합체로 보는 입장도 있다. 이 책에서는 해방 이후의 역사를 근대적 지배-피지배의 관계로 인식하고, 이를 역사적으로 확인하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국가 외부, 즉 제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 새롭다.

 이 책이 소개한 대한민국의 여러 가지 근대화 과정 중에서 ‘여순반란 사건’과 해방직후의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대해 초점을 맞추었다.

 3부는 ‘여순 반란 사건’의 재현을 통해 대한민국을 형상화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작가는 여순 반란을 사건 그 자체보다 그 후의 연쇄적인 반응 속에서 남한 역사에 끼친 영향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여순 반란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사건의 역사적인 의미나 정치적, 제도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에 머물렀다. 하지만 작가는 여순반란을 대한민국이 내외의 도전을 극복하고 근대 민족국가로 형상화 하는 과정으로 본 점에서 주목 받을 만하다. 특히 여순반란이 일어난 1948년 당시의 매체 자료를 통해, 대한민국이 민족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형상화 되었는지를 확인 할 수 있다.

 다음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대한 내용이다. 대한민국이 국민국가를 형성하기 위한 시작은 해방 이후라고 볼 수 있다. 작가는 1945년에 대한민국이 일제의 식민지로부터 벗어난 이후 3년은 ‘정치의 시대’, ‘대중운동의 시대’라고 할 만큼 대중들의 정치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시기라고 소개하고 있다. 대중운동이 지니는 여러 가지 복합적 성격을 밝히는 작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도시민들의 일상생활을 편제했던 조직으로 ‘정회’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서 일제시대에도 존재했던 정회제가 자치적인 성격을 가지고 해방 직후 도시의 질서를 바로 잡고, 효율적인 동원과 통제를 담당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식민지 체제의 청산의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대중의 역동성과 지배체제의 생존력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근대 인식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근대 인식을 통해 우리는 기존의 인식 틀에서 벗어나 여러 입장을 정리 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국민 국가2)의 지배-저항의 대립 구도는 단지 투쟁의 역사로서만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발전과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각주]

1)여기서 전쟁이란 넓은 의미의 전쟁이다. 즉 국가 내의 계급간의 갈등과 같은 내전을 포함    한다.

2)대부분의 국민국가에 해당하는 내용이기에 대한민국이라고 좁혀서 언급하기 보다는 국민국가라고 언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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