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부 일기 1956-1993
김정동 지음 / 눈빛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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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부일기를 읽고>

 

   친구 아버지가 쓴 탄부의 일기를 받고 오랜만에 들어 보는 나전, 장성, 예미, 함백 등의 지명에 아련한 향수를 느끼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기를 끝냈다. 고등학교 3학년인 18세의 몸으로 생활 전선에 나갔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의 어려웠던 사회상과 겹쳐져서 가슴이 아팠다. 광산촌에서 태어난 나로서는 직접 탄을 캐는 일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광부를 직업으로 전국 각지에서 조그만 산간벽지에 몰려들어 그들과 이웃하며 대화를 나누며 술 자리를 한 적은 많아 광부생활이 얼마 어렵고 열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릴 때 기억으로 광산사고가 다발하여 동네 병원에는 앞에 가마니를 덮은 주검도 자주 목격했다. 어떤 때는 바로 뒷집 이웃이 사고를 당해 그를 위해 앞산 국유림에 무덤을 만드는 일도 경험했다.

   이 책은 한편의 인생드라마이자 한때 우리나라 기간산업이었던 광산업의 역사적 기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상 위험이 도사려 있는 채탄의 열악한 산업 현장에서 기술을 습득하며 성장해가는 저자의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삶의 역정을 넘기는 페이지 마다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어떤 일이 주어지든 어려운 상황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그 것을 수치화로 연결시켜 결과의 성과물을 탄부들에게 돌아가게 하는 저자는 합리적이고 따뜻한 인간애가 넘치는 사람이다. 때로는 부당하거나 잘못된 지시에 소신과 업에 대한 전문지식으로 당당히 맞서고, 자기 직업에 대한 끊임없는 창의적이고 개선적인 업무 자세는 현재의 모든 직장인이 본받아야할 직모습이라 생각된다.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원가절감과 개선이라는 화두는 오늘날의 토요타를 있게 한 요소인데 저자는 모든 생산 현장과 사무실 업무에서 이런 자세를 시종일관 견지하고 있다. 작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식이 대단히 합리적이고 구성원과의 공감 하에 추진하는 방식은 지금의 모든 직장에서도 유효하다. 저자의 치열하고도 열정적인 창의적 개선 활동은 각종 수상과도 자연스레 연결되었고, 결국 영광스러운 명장의 반열에 까지 오르게 되었다.

   저자가 여러 번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일발의 순간과 사고 수습 현장 묘사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느꼈고,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해 자책하는 대목에서는 저자의 강한 책임감과 인간성에 감명을 받았다. 마지막 근무지인 함백광업소의 안전관리 대책은 교육의 중요성과 작업자 개개인의 안전에 대한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게 해 주는 생생한 현장보고서이다. 무능한 상사와 관리자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사례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한 개인의 삶의 기록을 떠나 광산업 차원에서 한번 정리해야할 것들에 대한 훌륭한 르포르타주이다. 오랜만에 전문지식에 대한 독서의 즐거움을 주신 친구 아버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아울러 건강하셔서 통일 한국에서도 이런 전문적인 노하우가 북한의 광산에서도 꽃 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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