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감한 마흔이 되어간다 - 기숙사에 사는 비혼 교수의 자기 탐색 에세이
윤지영 지음 / 끌레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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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용감한 마흔이 되어간다.


최근에 서점가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자기 탐색 에세이.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기숙사에 사는 비혼 교수라는


부제목이 신기했다. 교수님이 학생들과 같이 기숙사에 산다고? 엄청 불편 할텐데..뭔 일이 있었던


거지? 라는 호기심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5년여동안 흔히 보따리 장수..라고 하는 시간 강사를 지내고 부산의 사립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재직중이다. 마흔을 넘긴 미혼의 여자 교수님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세련되고, 자기 주장이 강하고, 독립적이며, 자기애가 강하다라는 게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또 다시 편견의 늪에 빠진건지 모르겠지만 왠지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만나보지 못했고 알지


못하니 일단 편견을 바닥에 깔아둔다고 하더라도 근데 왜 기숙사에서 살고 있지? 라는 의문을


털어내지 못했다.


작가는 마흔이 되던 해 연구년을 맞아 작가는 집을 처분하고 쓸만한 짐들만 추려서 연구실에 구겨넣고


1년간 해외를 다니며 세상을 구경하며 글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매 순간 희열과 실패의 두 추가


눈 앞에서 왔다 갔다 함을 느꼈을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그렇게 훌쩍 떠날 수 있었던 것도 그만큼 얽매인 것이 없기 때문이겠지.


다시 되돌아온 작가는 대학의 게스트 룸에서 미니멀라이프를 몸소 실천하며 그녀는 기숙사의 작은 방에서


무릎 담요를 덮고 덧버신을 신은 채 붉은 새벽 하늘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있다.


기숙사 앞 마당엔 온갖 꽃나무들이 있어서 봄이면 꽃들의 향연을 매일 즐길 수 있다. 조용히 글을


쓰거니 일을 해야 할 때는 학교 연구실로 가면 된다.


젊음이 쏟아지는 대학 교정에서 자고 일어나고 일하며 생활하는 작가의 삶이 어느 한군데 모자라거나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런 구속 없이 조금 쓸쓸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그녀의


처지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 순간 자신의 선택으로 우리네 삶을 짓는다.


비혼 주의의 삶도, 돌아올 집도 남겨두지 않고 훌쩍 외국으로 떠났던 일도, 대학 기숙사에서 글을 쓰며


지내는 것도..작가의 삶이 나와 닮지 않았다고 해서 부러워하거나 다르다고해서 수근수근 할 수 없다.


각자 원하는 모양새로 자신의 삶을 이끌고 가면 되는 것이니까..


이 책에는 그녀의 지나온 삶들이 기록되어져 있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가슴 아픈 이별, 내 피붙이 가족들의 이야기, 조금은 어수룩한 그녀의 일상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적었다. 꺼내놓기 어려워 꽁꽁 묶어서 가슴 속에 숨겨두고 싶은 이야기도


있었을텐데, 조용조용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모든 걸 필터에 거르지 않고 그대로 내 보일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작가라는 명찰을


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때로는 재미있고 때로는 안타깝고 때로는 내 일 같아서 더 애처로웠던 작가의 삶을 응원하며


쉽고 멋지게 글을 써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길 권한다.


내가 읽은 수 많은 책 중에 이렇게 맛깔스럽고 입에 착착 감기는 필력을 자랑하는 작가는 드물었다.


한줄 한줄 새겨가며 읽다보면 그녀의 직업이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였구나 라는 것이 문득 떠오를


정도다. 자기 과시나 자기 비하에 빠진 흔해빠진 에세이와 다른 발랄하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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