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당신 눈에만 보이는 기적
헤르만 헤세 외 지음, 강명희 외 옮김 / 꼼지락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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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당신 눈에만 보이는 기적


크리스 마스에 대한 환상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얀 눈이 내리고, 산타 할아버지가 루돌프 사슴코에 의지하여 어둠을 뚫고

썰매를 타고 오셔서 선물을 두고 가신다는 것.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일년치의 착한 일을 몰아서 하며 행여 내 이름이 선물 명단에서 누락될까봐

조마조마하며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기다렸던 일.

선물이라고 해봐야 노트 몇권에 귤 몇알이 전부였지만 올해도 빠지지 않고 산타로부터

선물을 받은 '착한 아이' 인증서를 받은 듯한 느낌에 깡총거리며 좋아했던 기억들

이것이 내 어릴적의 소중했던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이다.


교회를 가지 않은 이들에게도 크리스마스는 누구에게나 특별한 날이다.

캐롤송이 울리고 트리에 찬란하게 불이 들어오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둘러보게 된다. 가족, 연인, 그리고 소외받는 이웃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나눈다.

얼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는 이때가 나에게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처럼 보인다.


크리스마스 당신 눈에만 보이는 기적..제목에서 마음을 뺏겼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다름아닌 이름만 들어도 앗.. 하는 문호라는 것.

19세기 초반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대단한 작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크리스마와 관련된

이야기를 모은 책이라니 이만큼 구미를 당기는 책이 또 있을까

마치 어린아이에게 과자 종합선물 세트를 건내주며 '먹고 싶지?'라고 하는것과 같다.


1800년대와 1900년대를 살다간 문호들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나에게 거리에서 사라지고 있는 조용하고도 우아한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는 기분을 가져다 주었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이야기..

 

 

한스 안데르센 - 전나무 이야기/성냥팔이 소녀 
셀마 라겔뢰프 - 크리스마스 밤/크리스마스 이야기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 불쌍한 아이들의 크리스마스트리 
빌헬름 라베 - 종소리 
펠릭스 티메르망 - 이집트로의 도주 
안톤 체호프 - 방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케스트너에게 보내는 편지 
테오도르 슈토름 -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서 
니콜라이 레스코프 - 낮도둑 
헨리 반 다이크 - 네 번째 동방박사 이야기 
헤르만 헤세 - 두 개의 동화가 있는 크리스마스 
아달베르트 슈티프터 - 얼음 절벽 
오스카 와일드 - 별아이 
기 드 모파상 - 크리스마스이브

14명의 거장의 ​들려주는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저자들마다의 색깔을 띄고 있다.

이미 알고 있던 작품도 있지만 이런 글도 썼구나 싶은 의외로 작품들도 있다.

수려한 문장과 묘사, 마치 19세기 유럽의 눈덮힌 어느 마을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엿보는 듯하다. 유명한 거장들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내 생애

가장 조용하고 평온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다.

소녀는 벽에 대고 다시 또 하나의 성냥을 켰다. 사방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번에는 밝은 불빛 속에 할머니가 서 있었다.

할머니는 아주 온화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선명하게 나타났다.

"할머니" 소녀는 소리쳤다.

"할머니, 절 좀 데려가세요! 성냥불이 꺼지면 할머니도 다시 사라지실 거죠?

다 알고 있어요. 따뜻한 난로하고 맛 좋은 거위구이. 그리고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할머니도 금방 사라져버릴 거예요!"


한스 안데르센 -성냥팔이 소녀-


익히 알고 있었던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는 읽을때마다 가슴이 찡해진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를 이렇게 슬프게 써야 했는지 나중에 만나게 되면 함 따져물어보고 싶어진다.

어렸을때도 이 동화를 읽다가 울컥했었는데, 그래서 나이먹고 철이 들고난 후

세밑 구세군의 종소리가 울리면 지갑을 열고 지폐 몇장을 꼭 넣는다.

더이상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에 성냥팔이 소녀같은 아이가 생겨나질 않길 바라며..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따뜻한 거실에 모여 재잘대고, 모처럼 정장을 차려입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점심에는 1년 중 그 어떤 날보다 더 훌륭한 만찬을 즐길 수 있고,

오후나 저녁 무렵이 되면 가까운 친구나 친지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앉아 편안한 마음으로 창

밖의 겨울 풍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이맘때가 되면 창밖에는 소리 없이 눈송이들이 내려앉거나,

아니면 멀리 산 중턱을 휘감고 있는 희뿌연 안개 속에 붉은빛 태양이 서서히 모습을 감춘다.

거실 안에는 작은 의자나 긴 의자 위에 혹은 창문턱에, 눈에 익은 어젯밤의 선물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아달베르트 슈티프터 - 얼음 절벽 -


내가 머리속으로 그리고 있는 크리스마스를 가장 크리스마스처럼 묘사한 부분이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만찬을 즐기고 선물을 나누는 모습이 머리속에서 생생히 그려진다.


이렇듯 16편의 짧은 소설들은 슬픔과 기쁨, 사랑과 낭만을 품고 있는 크리스마스를 장식하는 유리구슬 같다.

대문호들의 작품들을 한권에 오봇하게 모아놓았기 때문에 보석 상자를 얻은 듯한 즐거움으로 한편 한편 귀하게 읽었다. 각 소설마다 저자 특유의 문체를 맛볼 수 있고 지금껏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작품을 다시 꺼내서 제 조명하는 짜릿함도 느낄 수 있었으니 이만한 즐거움을 주는 책은 흔치 않을 것이다.

이 겨울,크리스마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책 한권을 갖게 되어 무엇보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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