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처방전 - 내 마음이 가장 어려운 당신을 위한 1:1 그림 치유
김선현 지음 / 블랙피쉬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 처방전


내가 학교를 다닐때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주옥같은 시들에 대한 나의 기억은

해부학실의 개구리 같은 느낌이다.

한 단어씩 떼어내고 조사를 빼내고, 한문장씩 절단하여 하나하나 문법을 적용해가며

공부해야 했던 그때의 시들은 좀 안쓰럽고, 좀 끔찍하고, 좀 미안하다.


그림을 보는 내 마음도 사실은 시를 해부할때와 같이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인상파가 어떻고, 색채가 어떻고 작가의 사상과 성향이 어떻고..

그림을 볼때는 그렇게 하나하나 조각 칼로 잘라내듯 해석하며 봐야 하는거 아닌지

지레 겁을 먹은 꼬락서니다.

그림에 대해서 솔직히 잘 모르기도 했지만, 단편적인 지식들을 다 끌어모아봤자 내놓고

자랑할만한 한줌거리의 지식도 못되기 때문에 미술과 예술에 주눅이 들어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시작부터 선빵을 맞을 기분이다.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시설로 봉사활동을 다닌 적이 있다.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 학대를 받거나 버림 받은 아이들은 보이지 않은 마음의

상처가 커서 아주 가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대인 기피증을 앓기도 하며

힘들어 했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시설쪽에서 실시하는게 아이들을 위한 미술 치료 프로그램이었다.

그때부터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술에 대해 두려움보다 고마움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미술 치료계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 받는 김선현 교수님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아픈 마음을 회복하고 내가 나를 좀 더 사랑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여 저술한 책이다.

김선현 교수님은 현재 차의과대학교 미술 치료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세월호 사건, 포항 지진, 네팔지진, 동일본 대지진, 강원도 산불, 포항 지진등 국가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위해 참사의 현장에서 미술 치료로 트라우마 심리지원 활동을 펼치신 분이다.

약이 아닌 미술로 다친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니 아름답고 위대한 일인지..

 

 

 

책에 수록된 55점의 그림을 통해 인간 관계 속에 얼킨 관계를 잘 풀고, 슬픔을 이기고 아픔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용기와 위로의 마음을 그림과 함께 전해 받을 수 있다.

처음부터 차근히 읽어가는 방식도 좋고..팔랑 팔랑 책장을 넘기다가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그림 작품을 보고 그 내용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유달리 눈이 가는 그림, 꽂힌 그림을 통해 내 자신의 현재의 심리를 알 수 있수 있고

적절한 조언도 해준다.​ 뜻하지 않게 위로는 받고 어색할 사이도 없이 그림에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55점의 명화를 저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림 설명을 해준다.

곰곰 듣고 있다보면 그림을 보고 해석하는 다른 눈을 가지게 된다. 지금까지 그림을 보는

감상 포인트와 다른 방식으로 그림을 대하는 내 자신이 조금 신기했다.

그리고 어떠한 훌륭한 큐레이터의 설명보다 내 마음으로 보는 그림이 진짜라는 사실..

내가 보고 감동해야 트로트도 명곡이 되고, 내 가슴을 울리는 그림이 명작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금까지 좀 어렵고 낯가림하던 그림 보는 방식을 바꾸게 되었다.

지식과 위로를 한꺼번에 주는 김선현 교수님의 그림 처방전!

진단은 완벽하고 처방전은 효과가 있을것이다.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수많은 그림 중에 유달리 나의 눈길을 끌었던 그림이다.

유진 드 블라스의 1904년 작품 [소식을 나누다(Sharing the News)]이다.

이 그림에 눈길이 가는 당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소소한 즐거움과 기쁨을

만끽하고 싶나요?

이 부분에스 살짝 소름이 돋았다.

'이것봐라..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았지..'  라며 주목하듯 그림을 들여다 보고 작가의 그림에 대한 해석을

읽어내려갔다.


빨래를 하고 있던 여자에게 붉은 머리의 여자가 다가온 것 같아요.

벽에 살짝 기대선 이 여자의 손에는 한 통의 편지가 들려 있습니다.

누가 보내온 건지는 몰라도, 눈을 감은 채 마치 글귀를 음미하는 듯한

표정에서 행복이 가득 전해지네요.

빨래를 하던 여자도 잠시 일손을 멈추고 미소띤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중략)

사랑에 빠진 우리는 이처럼 자꾸만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합니다. 그를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어쩌가 그가 좋아졌는지,

그의 마음을 몰라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설명하지면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말수가 많아져요.

넘치는 감정은 이처럼 미소 어린 눈가로, 또 이야기를 풀어 놓는 입가로 쉼없이

흘러나옵니다. 모든 건 사랑이라는 열쇠가 내 마음의 문을 열면서

생긴 변화일 거예요.

내면이 긍정과 행복으로 가득해지니 타인을 향한 시선도 너그러워집니다.

배려와 이해가 그리 어렵지 않고, 친절을 베풀며 내 마음의 풍요를

나누려 하죠.

그리고 이것은 일상의 하루를, 나아가 삶 전체를 환하게 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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