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히말라야 도서관’(존 우드 지음) /2013. 5.

1.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집은 것은 책 제목 탓이었다. 히말라야는 재작년, 여행에서 미처 가지 못한 티베트 너머 아득함의 느낌을 주었고, 도서관은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아니었던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즈음, 몽블랑 길을 걷고 있을 고교 후배 사진작가는 작년에 제주 올레길을 함께 걸으면서 올해 초에 히말라야를 같이 가자는 제안을 하였다. 보름간의 휴가를 쉽게 뺄 수 없기도 하지만 사진 작업을 위해 떠나는 후배에게 짐이 될까 두려워서 잘 다녀오라고 말하면서도 마음에는 아쉬움만 가득하였다.
초등학교 시절, 내가 다닌 학교는 학생 수가 6,000명이 넘는 과밀학교였다. 당연히 4학년까지는 2부제 수업이었고, 5학년이 되어서는 교실이 모자라 도서관이라 이름붙인 곳을 교실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도서관이라 이름붙이기에 너무 작은 공간이었지만 나에게는 그처럼 많은 책들을 볼 수 있었던 첫 번째의 경험이었다. 그 책들 중에 내 관심사의 으뜸은 지리와 세계사였었다.

2.
책을 지은 존 우드는 룸투리드(Room To Read)라고 하는 비영리기관을 1999년부터 이끌어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마케팅이사로 일하던 그는 오랜만의 휴가를 위해 히말라야에 도착하였다. 존은 우연한 만남을 통해 네팔의 많은 마을 학교에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이 없다는 것을 알고 한 통의 E-Mail을 띄우게 된다. 책을 수집하여 보내고, 그 일을 도와줄 현지 사람들을 접촉하고, 네팔 학교를 다시 방문하면서 존은 이제 자신의 인생이 바뀌고 있음을 느끼지만 안락한 지위를 포기하는 것에 망설인다.
회사를 떠나겠다는 존의 결심에 대해 존의 아버지는 ‘그건 단지 너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것일 뿐’이라고 해주고, 친구는 ‘반창고를 제거하는 방법은 천천히 고통스럽게 혹은 빠르게 고통스럽게 단 두 가지’라고 말해준다. 이 이상의 믿음과 신뢰를 줄 가족과 친구가 있을 수 있을까?
존은 드디어 비영리기관을 설립하고, 지인들의 도움을 통해 2곳의 학교와 12곳의 도서관을 지었지만 그의 꿈은 단지 몇 개의 학교와 도서관을 짓는 것이 아닌 지원국의 지역공동체와 함께하는 지속적인 교육구조의 변화였다. 존은 기부재단의 재정지원을 확보하고, 시민네트워크를 조직하고, 훌륭한 자원활동가를 발굴하며 조직을 성장시켜 왔다.
책이 발간된 2007년, 룸투리드는 2,300곳의 도서관, 200곳의 학교, 50곳의 컴퓨터 교실, 1,700여명의 여성 교육지원, 백 만권의 책 기부라는 성과를 내었다. 지금 그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보니 15,119곳의 도서관, 1,677곳의 학교, 21,582명의 여성 교육지원, 13,387,051권의 책 기부, 780만 명의 아동 혜택의 성과를 보고하고 있다. 와우! 놀라운 수치이다.

3.
이 책을 통해 놀라운 것은 존의 선한 의지도, 그들이 만들어 낸 성과의 숫자도 아니다. 진정 놀라운 것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용기와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인내의 노력이었다. 하나 덧붙이면 대상과 기부자, 자신에 대한 책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현실을 벗어난 새로운 일을 찾고 싶어 하지만 지금 누리고 있는 혜택이나 그 삶의 무게를 벗어 던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취미와 종교, 자원 활동을 통한 참여를 통해 삶의 의미를 보충하는 것 역시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이상의 사명을 느끼게 된다면? 그래서 그 길을 가지 않고서는 도저히 행복할 수 없다고 느껴진다면? 나의 부족한 생각은 그 길을 가야된다고 일러주고 있다. 비록 세상을 바꾸겠다는 근본적인 목표와 굳은 의지가 아니라도 세계와 나, 그리고 지역이 하나의 순환구조로 인식될 때에 개인의 삶의 방향과 의지는 분명해지고 강건해진다. 존은 그 심경을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두려웠지만 행복했다.”
그는 그 스스로 ‘글로벌 몽상가’라 말하고 있지만 실은 분석가였고, 조직자였으며 훌륭한 마케터였다. 때로 선한 일을 도모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왜 주변에서 이런 나를 돕지 않지?’하는 의문 혹은 불평을 하게 된다. 그야말로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하나하나씩 스스로 그 조건들을 채워간다. 고통스런 시간들을 지내고, 계획과 목표를 수정하면서 하나의 고지와 그 다음 고지를 넘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해야 된다는 당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의 즐거움을 스스로 느끼면서 그 기쁨과 꿈을 주위와 함께 가져간다.
존은 후원자들을 만나면서 몇 가지 원칙을 가졌다. ‘베푸는 즐거움을 알려준다.’, ‘결과를 후원자에게 보여준다.’, ‘최소한의 경비를 쓴다.’, ‘열정을 판다.’, ‘사람들은 가치 있는 일을 좋아한다.’ 그는 죄책감에 기반을 둔 마케팅이 아니라 열정과 희망의 마케팅을 하였다. 아이들의 불쌍한 모습을 보여주며 후원을 모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때로는 돌파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희망을 말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작은 비전이든 큰 것이든 현재의 삶보다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빛이 없다면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는 발걸음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희망의 빛을 품을 것인지가 나의 화두이자 책임인 것이다.

4.
오랜만에 책을 잡자마자 끝까지 읽은 책이었다. 소감문을 위해 다시 읽어도 책의 감동은 그대로였다.
존은 몇 개의 도서관과 학교를 짓기 위해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는 책과 교육을 통한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지는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하였다. 비록 도서관을 세우는 일이 아닐지라도 나는 내 마음과 주위에 얼마만한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인가? “Get Shit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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