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의미
허버트 리드 지음, 박용숙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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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사랑이란 무엇이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처럼 하염없이 추상적이고 방대하며 난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한 번쯤은 골똘히 생각해 보게 된다. 하버트 리드의 ‘예술의 의미’는 예술이란 무엇인지, 인간에게 있어서 예술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차분히 답을 해나간다. 이 책은 리드의 방대하고 해박한 예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적절하고 흥미로운 자료들을 배치하여 이해를 돕고 있으며 “예술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그의 궁극적인 질문과 예술의 가치를 고찰하도록 인도하고 있다. 저자는 ‘예술이란 즐거운 형식을 만드는 시도다’라는 일반적이고 단순한 정의를 시작으로 예술과 미(美)의 구별에 대해서 설명한다.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예술은 미와 아무런 필연적인 관계도 없다.’ 또는 ‘예술은 반드시 미가 아니다.’라는 저자의 주장일 것이다.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가 불편했고, 십대 후반 교통사고로 척추와 다리, 자궁을 크게 다쳐 평생 동안 삼십 번이 넘는 수술을 받아야 했으며 번번이 유산되어 아이도 가질 수 없었다. 또한 여성 화가이기에 겪어야 했던 한계와 그녀의 남편이자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의 외도로 인한 배신감 등이 그녀에게 고통을 주었다. 그녀의 대표작인 ‘나의 탄생’이나 ‘다친 사슴’을 보면 그녀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보냈는지 짐작이 된다. ‘나의 탄생’은 시신으로 보이는 여성의 피 흘리는 다리 사이에서 프리다 칼로 자신이 처절하고 힘겹게 태어나는 장면을 그렸다. ‘다친 사슴’이라는 작품에서는 몸과 다리는 사슴이지만 머리는 그녀 자신을 그려 넣었고 이 사슴은 아홉 개의 화살을 맞은 채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일곱 살 이후로 단 한 순간도 몸도 마음도 고통스럽지 않았던 날들이 없었던 그녀의 삶과 고뇌를 표현한 이 그림들은 결코 ‘예쁘지’ 않다. 하지만 고통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주장하고 아픔과 고난 앞에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죽는 날까지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고뇌와 슬픔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단지 보기에 편치 않고 예쁘지 않고 암울하고 슬픈 것이라 하여도 ‘예술’이라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작품들은 무수히 많으며 리드가 거듭 주장하는 대로 예술이 반드시 미와 필연적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예술의 의미를 한 마디로 규정할 수도, 도식화 할 수도 없지만 예술이란 완전성과 조화, 균형과 균제와 같은 요소들을 포함하는 아름다움(흔히 우리가 이야기 하는)과 동시에 진심어린 진리와의 완전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예쁘고 보기 좋다는 의미의 미가 아닌 진정한 의미로서의 미(美)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선(善)과 진(眞)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며, 물질적 세계뿐만 아니라 비물질적이고 영적이며 비가시적인 세계로의 지향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로써의 예술이자 미(美)이다. 예술가들의 예술 덕택에 인간의 영혼과 정신세계는 더욱 풍요롭고 윤택해지는 것이며 이러한 예술 작품들의 감상을 통해 해방감과 자유를 느낄 수 있도록 인도한다. 예술을 창조하는 것은 예술가들의 몫이지만 그 예술들 즉 글과 그림, 음악과 조각, 건축물들을 즐기고 경탄하고 긴장하고 해방감과 자유를 느끼고 경이로운 감동을 느끼는 것은 감상자의 몫이며 이것이 바로 예술이 가지고 있는 궁극의 가치이자 예술이 지니고 있는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이 세상에서 훌륭한 행동을 하려면 모든 이기적인 목적을 단념해야 한다...그저 정직하게 살기 위해 이곳에 왔을 뿐, 따라서 인간은 인류를 위해 위대한 일들을 실현하고 고결한 일을 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의 저속한 삶을 끌고 가는 속악(俗惡)함을 초월하기 위해 살아 있는 것이다.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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