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 진실의 목격자들
PD수첩 제작진.지승호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PD수첩>의 캐치프레이즈는 ‘이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이다.(…)발로 뛰면서 정직하게 만들고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우리가 보고 들은 그대로를 말하겠다는 의미다.(…)사실 정직하다는 게 간단한 말은 아니다. 어렵고 무거운 말이다. “정직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감당할 만한 큰 용기가 있어야 된다. 또 우리 스스로 도덕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138쪽)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 볼 수 있는 용기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진실 앞에서 진실 그 자체를 온전히 바라봐야 하는 용기와 함께 그것이 진실임을 밝히고 그 진실을 알려야 하는 용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언론이며 언론인이다. 언론은 거짓을 밝혀야 하는 의무가 있고, 진실을 알려야 하는 사명과 책임이 있다. 그러한 언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곳, 언론이 언론이고자 노력하는 곳, 그 중 한 곳을 꼽는다면 그건 아마도 ‘PD수첩’일 것이다.

대중들의 잘못된 환상을 깨줄 의무도 가지고 있다. 황우석 박사 같은 경우도 미디어가 만든 잘못된 환상이 아니었나. 대단히 고통스런 각성이지만, ‘진실은 그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역할도 우리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탐사저널리즘에 종사하는 이들에겐 남다른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15쪽)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2005년이 저물어가고 2006년이 밝아오던 그때, 대한민국에 두 번째 노벨상을 가져다 줄 학자이자 영웅이며 어쩌면 인류의 구원자가 될 황우석 박사에 대한 PD수첩의 천인공노할 보도. 당시 방송을 보면서 생각했다. 잘못된 보도이기를, 거짓이기를. 아마 당시의 대다수 국민들 역시 이와 비슷한 심정으로 방송을 지켜보았을 것이고 PD수첩은 말 그대로 역적이 되었다. 심지어 그 보도가 진실임이 밝혀졌을 때조차 국치를 안겨준 죄인처럼 매도당했다. 그런데 만약, 그 진실이 더 오랜 시간 그대로 묻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거짓은 물리적 시간과 결합하여 눈덩이처럼 점점 더 크게 불어났을 것이고, 더 무시무시한 거짓이 되어 누군가는 더 크게 상처 입히고 누군가는 더 깊은 상처를 받고 종국에는 치유될 수 없는,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겨지지 않았을까. 송일준 PD의 말처럼 잘못된 거짓의 탑이라면 더더욱 빨리 허물어트려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설령 당장은 고통스럽다 할지라도.  

가장 중요한 건 균형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항상 역지사지해야 한다. 소수자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아야 한다. 당파성이나 정치성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그런 것을 초월해야 한다.(…)방송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항상 “방송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그럴 만한 문제가 있는가” 오로지 그런 기준에 입각해서 판단을 해야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198쪽)  

미선이 효순이의 안타까운 죽음, 만민중앙교회 비리 문제, 삼성 무노조 문제 제기, 대한민국 검찰의 도덕성에 대한 의혹 제기,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 전교조 해직 교사들의 이야기,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 광우병과 미국산 쇠고기 검증 문제, 장애인들의 고통과 삶 등등 ‘PD수첩’은 사회 곳곳에 산적해 있는 난제들에 대해 접근하고 진실에 좀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노력은 ‘방송할 가치’가 있는 방송을 만들어 냈고 그 보도들을 통해 모든 진실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우리가 반드시 직시해야 하는 진실들에 대해 무지하거나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을 수 있었다. PD수첩을 최초로 기획한 김윤영 PD의 말처럼 PD수첩은 사람끼리의 소통 곧 커뮤니케이션이 목표이고, 언론이 가장 외경스럽게 생각하고 두려워하고 존경해야 할 대상은 방송사 간부나 사장, 정부 관료나 힘 있는 사람들이 아닌 시청자 곧 국민들이다. 진실은 때론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분노하게 하지만 결국 우리를 건강하게 하고 자유롭게 하는 것이 바로 ‘진실’이며 이러한 진실들을 보도하고 공유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진실된 언론인들의 노고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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