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 아마존 오디세이
정승희 지음.사진 / 사군자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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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아마존에 가게 된다면 꼭 가져가야 할 목록 3가지는 어떤 것인가라는 물음에 내 대답은 다용도 칼과 필기구와 ‘물’이었다. 왠지 그곳에는 사람이 마실만한 적당한 물이 없을 것만 같은 생각에 물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를 펼치자마자 프롤로그 부분에 ‘아마존 강이 바다로 내뿜는 신선한 물의 양은 1초에 약 2천억cc로 이것은 1초에 4억 명이 500cc씩 마시기에 충분한 양이며 15초마다 전 세계인구 60억이 500cc씩 마실 수가 있다고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오...맙소사. 이렇게 무식할 수가...서울에서 마시는 물보다 깨끗한 물이 넘쳐흐르는 곳이 바로 아마존인데 말이다. 물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아마존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시적인, 질이 낮은, 더러운, 끔찍한, 사나운, 인간보다 짐승에 더 가까운, 이러한 편견과 오해로 시작된 아마존 읽기는 중간에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했고 나의 편견들을 바로 잡아 주었다.  

 

이 책을 쓴 정승희씨는 본업이 작가가 아니기 때문인지 문장을 유려하게 다듬거나 화려한 수사어구 같은 건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마치 아마존 한 복판을 허우적거리며 헤매고 있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여과 없이 솔직하고 시원시원하게 글을 써 내려 갔다. 친한 학교 선배가 소주 한 잔하면서 내가 아마존에 갔는데 말이야, 아 글쎄 이랬지 뭐냐 하고 이야기 해주는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는 저자가 방송 촬영을 위해 수차례 아마존을 여행하면서 겪었던 일들, 느꼈던 감정, 풍경,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책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3부 ‘아마존에서 산다는 것’ 챕터에 수록된 여자들만 모여 사는 부족인 ‘야르보족’에 관한 이야기였다. 처음 등장할 때의 모습은 다분히 전사다운 강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남자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비롯 소도 잡아먹는다는 아나콘다를 맨 손으로 때려잡는 그 터프함이란... 하지만 왜 그녀들이 여자들로만 구성된 부족을 이루며 살게 되었는지를 찬찬히 풀어놓을 때 한 명의 문명인으로써 미안하고 같은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강한 분노를 느꼈다. 사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일명 ‘문명인’이라 지칭되어 지는 서구의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평화롭게 자신들의 문화를 보존하며 살아가는 아마존의 숱한 사람들에게 결코 해서는 안 될 이기적이고 사악한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고발하고 반성하고 있다. 

 

저자가 바라보는 아마존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순수함’ 혹은 ‘순진무구함’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깨끗하고 순수하다. 하지만 아마존의 밖, 문명이라는 탈을 쓰고 욕심으로 얼룩진 존재들이 이들을 이용하고 학대하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아마도 저자 정승희씨는 자신이 보고 느낀 아마존의 순수함을 알리고 현대의 문명이라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이롭기만 한 것인가를 반추해보고자 이 책을 써 내려 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마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나빠질까봐 그 추락을 막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전전긍긍하는 것이 아닐까. 만약 싱구 부족들의 삶처럼 내일 역시 오늘과 같을 수 있다면 적으도 나는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며 현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보다 오늘의 소박한 행복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누가 뭐라고 해도 문명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문명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면 떨어져 있을수록 행복한 ‘싱구’를 나는 보았고 그 증거가 아직도 아마존 싱구 강 유역에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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