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법서에 관심이 생긴 이유는 단 하나, 작가 겸 상담가가 집필한 책이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쉽게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면 감정에 따라 행동하기 마련이다. 그 감정은 어디서 출발해서 행위로 도달하는 걸까? 그 캐릭터는 어떤 내면상태와 외적상황을 겪고 있으며, 자신을 직면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모든 행위가 달라진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캐릭터가 속한 세계관의 신만이 알 수 있다. 바로 창작자다.
작가는 그가 창조한 세계관에서 신이어야 한다. 무릇 모든 것은 원인과 이유가 없어 보여도 있는 법. 하지만 가장 큰 헛점이 있다. 작가인 나조차 내 마음을 모르는데 캐릭터의 마음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하지만 캐릭터를 창조한 이상, 작가는 알아야 한다. 그래서 창작이 어렵다.
모든 것은 내면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외적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내면이 결정한다고 보는 편인데 그렇기에 캐릭터를 구축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 이번에 쓴 작품에서도 그랬다. 주인공이 갈등을 해결하고 싶은 건 알겠다. 그런데 왜? 쓰고나서 보니.. 딱히 합당한 이유가 없어 보이는 걸..?
상담가로 활동한 적이 있는 작가이기에 이 책을 더 재밌게 봤다. 티끌 같은 나의 상담학 지식을 자랑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음~ 그렇지' 할 수 있는 걸 더불어 상담학의 기초적인 지식을 많이 잊고 있었다는 걸 깨우쳤다. <빠져들 수밖에 없는 캐릭터> 책은 행동에 설득력이 있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가를 제대로 배운 작법서라 할 수 있다.
특히, 캐릭터를 더 들여다 보고 싶다면 '자기계발서'를 읽어보라는 조언은 머리를 강타당한 기분이었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른 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찾아 읽기도 했었는데, 어느 지점부터 '예예~ 성공하셔서 좋겠수다'하며 냉소적이게 바라보게 된 장르가 자기계발서였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맞는 말이다. 수 많은 갈등 상황에 던져진 주인공, 그의 내면상태 변화와 위기 대처능력을 볼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는 바로 자기계발서가 아닌가! 자기계발서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준 엄청난 조언이었다.
<몰입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는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읽다 보면 캐릭터 구축과 상당히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법서를 읽으면서, 수 년 전 집필한 졸업작품을 읽었는데 뜨악!!! 어이가 없을 정도로 창피했다. 표면적 갈등은 없는데 인물 혼자 갈등을 겪고 지 혼자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이게 뭔 허접한 작품인지..!
학교 다닐 적에도 많이 듣던 나의 최대 약점, 갈등. 내 이야기는 뚜렷한 갈등이 없고 있어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회피성 성격이 한 몫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설득력이 부족한 캐릭터 때문이다.
주인공과 대비되는 설정이 있어야 그 갈등이 더 부각되는 법인데 그렇지도 않고, 갈등 상황에 놓여진 인물의 행동에 명분이 딱히 없으니 스토리는 더 약해진다. 이걸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나도 참.. 나다.
<몰입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는 '납득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 작법서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전자가 책의 방향성과 훨씬 더 맞긴 하다. 갈등을 작위적이지 않고 극적이게 이끄는 방법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있었고, '악당의 머릿속에서는 자신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 점은 내가 엄청나게 간과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여러모로 작법에 대한 태도를 많이 바꿀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작법서임이 분명하다.
책을 읽는 순서는 크게 상관 없다. 나는 병렬독서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캐릭터>와 <몰입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를 동시에 읽었지만 직렬독서자라면 캐릭터를 먼저 읽고 스토리를 나중에 읽는 걸 추천한다. 캐릭터가 결국 스토리를 움직이기에 좀 더 몰입감있는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본인이 캐릭터보다 스토리가 약하다고 생각하면 반대 순서도 상관없다. 어디까지나 개취영역이다(작법 말고 심리상담학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도 기초지식 쌓기에 아주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배경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면,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 작가는 그 선택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독자가 인물의 자초지종을 일일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작가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빠져들 수밖에 없는 캐릭터> - P110
악당은 대부분 자기가 악당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악당의 머릿속에서는 자신이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니 말이다. <몰입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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