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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많이 들어는 봤지만 읽지 않은 책!
집안 어딘가에 한권쯤은 있지만 읽다가 포기한 책!
줄거리는 대략 알지만 큰 감동이나 재미없는 고전?
<위대한 개츠비>는 이제껏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
스무 살 무렵 <위대한 개츠비>를 처음 읽고 한 생각은 ‘대체 뭔 소리야’였다.
그렇게 30페이지 가량을 읽다 책갈피를 끼워 고이 접어둔 책 중 하나.
말 그대로 ‘위대한’ 작품인 것은 내 익히 들어 알겠으나, 도무지 이들의 관계와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를 모르겠고 감동과 낭만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는 고전이었다. (당시 나에게는!)
5월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도 개봉한다는 소식이 있고, 영화 예고편을 보니 재미있을 것 같아 미리 예습이나 해보자는 생각에 김영하가 옮긴 <위대한 개츠비>에 다시 도전하기로 하고 방금 그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줄거리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옆집에 살고, 이웃들이 자신에 대해 무성한 소문을 재구성하는지도 모른채(모르는 척이겠지만) 그녀를 한번이라도 더 보려고 매주 호화로운 파티를 여는 개츠비의 ‘진짜’ 모습을 아는 사람을 과연 몇이나 될까.
자신을 보기 위해 찾아왔지만 옛 애인보다 ‘영국 셔츠’에 더 마음을 뺏겨 좋아하는 데이지가 실은 허영에 찬 이들이 난무하는 당시 미국 사회를 풍자하는 것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또 과연 몇이나 될까.
다시 읽은 <위대한 개츠비>는 전혀 지루하지 않고, 읽기 싫지 않았다.
마치 새로운 작품을 재발견한 느낌이 든다. 나는 이제껏 위대한 개츠비가 20년대 미국사회를 풍자한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아니었다.
다시 읽은 작품 속 개츠비라는 인물은 지독하게 낭만적이지만 시대와 어울리지 못해 철저히 외롭고 고독해야만 했던 인간이었다. 또한 작품은 현대사회가 보여주는 냉소적인 인간관계, 20년대 미국의 허울까지 낱낱이 보여주고 있었다. 아, 나는 왜 이제야 이것들을 눈치챘을까!
번역 덕분인지, 자꾸만 머릿속에서 오버랩되는 개츠비의 디카프리오화(?) 현상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전, 특히나 재미없다고 고개를 절래 흔들었던 바로 그 책에 놀랍도록 빠져들어 읽었다.
책의 뒷 장에, 역자인 김영하의 해설에 이런 말이 있다. 대형 서점에서 ‘졸라’ 재미없다고 위대한 개츠비를 놓고 대화하던 고등학생들을 보고 이 죄없는 확신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변호를 맡기로 결심했다고.
그의 변호는 성공한 것 같다. 그것도 매우 잘.
아직도 위대한 개츠비가 (이전의 나처럼)지루한 20년대 미국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말해주고 싶다. ‘위대한 개츠비는 낭만적이다’라고. 한 인간의 철저한 고독과 한 여자를 향한그의 순애보적인 사랑에 대해 이토록 매력 있게 그려낸 고전이 몇이나 있겠느냐고. 그러니 ‘다시’ 읽어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