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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짓는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책 놓을 공간이 없어서”
범행 동기를 이렇게 말해줘도 괜찮은 건가...?
강렬한 표지와 카피에 이끌려 덜컥 집어든 책, 누쿠이 도쿠로의 신간 <미소 짓는 사람>
첫인상만큼이나 강한 여운을 주는 이 책,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대박이다.
사실 나는 추리소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읽다보면 범행 동기는 유치한 경우가 적지 않고, 말도 안 되는 트릭을 보고 있으면 (궁금은 하지만)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소 짓는 사람>만큼은 달랐다. 편견을 깨준 미스터리랄까?
초장부터 극찬 하고 들어가는 이유를 몇 가지 말하자면...
일단 새로운 형식이다. 르포르타주 형식을 빌려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여타 다른 소설과 다르다. 몇 페이지를 읽다보면 어느새 내가 화자가 되어 사건을 풀어나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사실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많아 공감하기 쉽지 않은데, 이 소설에서는 마치 내가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인터뷰어가 된 듯해 더 강한 몰입을 하게 된다.
두 번째는 재미에서 끝나지 않는 강렬한 메시지다. 이 책에는 사실 퍼즐 같은 트릭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잔인한 살인방법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허를 찌르는 메시지를 준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과연 다인가,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는 무엇인가, 옳은 것이란 존재하는 가 등. 작가는 인간이 가진 선입견에 대해 반문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가졌으며, 좋은 평을 듣는 한 남자.
책 놓을 공간이 없어 아내와 딸을 살해했다는 비상식적인 동기로 살인혐의와 주변인의 동정표를 동시에 받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는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단순한 싸이코 패스일까, 그럴 수밖에 없던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일까. 혹은 이 모든 우리의 편견과 상상을 깨는 ‘무언가’가 또 존재하는 것일까.
그 동안 추리소설에 가지고 있던 나의 편견과 인간의 사고, 의식에 대한 편견을 모두 뒤 엎어버린 대단한 소설, <미소 짓는 사람>
한동안은 누쿠이 도쿠로와 사회파 미스터리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