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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
모리 아키마로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일단 제목과 소재가 참 독특하다. 포를 연구하는 대학원생과 미학을 연구하는 교수가 만나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터리물이라니. 거기에 무언가를 기대하게(?)하는 아름다운 남녀가 서있는 표지라니. 어찌 끌리지 않겠는가. :)
애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어 처음 한 편은 살짝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미학, 역사, 철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며 점점 빠져드는 나를 발견...
누워서 읽다 어느새 침대에서 일어나버렸다. *-_-*
간단하게 책 소개를 하면...
미학을 연구하는 검정고양이(그렇게 불려진다...)와 그의 조수로 들어간 포를 연구하는 조교의 주변인물에게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살인, 자살, 실종 등)을 중심으로 그 둘의 ‘멋진’ 추리가 이어지는 구조이다.
여느 추리소설처럼 피 튀기는(?) 사건과 잔인한 장면의 묘사는 등장하지 않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이번엔 어떤 이론이 등장할지, 어떤 포의 작품이 언급될지가 궁금해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
특히 바그너를 연구하는 여학생과 니체를 연구하는 남학생의 이야기를 그린 <벽과 모방>은 아버지를 모방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심리적 불안,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여학생의 행동묘사가 일품이다.
아무래도 이론적 지식을 많이 활용하다보니 명문장도 많다.
“내가 하려는 건 미적 추리이고, 그에 따라 나타난 진상이 미적이지 않으면 그 시점에서 내 관심은 소멸될 거야. 미적이지 않은 해석은 해석이란 이름을 달 가치가 없고, 미적이지 않은 진상은 진상이란 이름을 달 가치가 없어.” 17p
“시험한다는 행위에는 상대의 인간성에 대한 노골적인 경시가 담겨 있지. 실험과 다를 바 없는 학살적인 행위야.” 102p
그는 미학적 진상을 본다. 아름다운 진상만이 진상이란 이름에 값한다는 사고방식이 그의 논리의 근저에 있다. 그렇기에 수수께끼의 입장에서도 그가 풀어주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237p
검정고양이와 나의 감정 변화도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이다. 살짝살짝 보이는 그들의 연애전선을 훔쳐보는 재미가 소설의 끝무렵에 가서 여운과 재미를 두배로 UP시켜주는 듯 하다.
하나의 중요 이야기를 하며 여러 이론을 곁들이는 방식이 알랭 드 보통을 생각나게 한다.
미스터리계의 알랭 드 보통이랄까... :)
여지껏 볼 수 없던 새 장르의 새 문학인 듯 하여 반갑고,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만한 책을 만난 것 같아 기쁘다.
아직 국내에 소개 되지 않은 작가 같은데... 널리 읽혔으면 한다.
알아보는 이가 곧 나타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