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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 기쁘게 살아낸 나의 일 년
수전 스펜서-웬델 & 브렛 위터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해야만 하는 일들로 인해 바쁘게 시간을 보낸 후에 드는 공허함, 피로함. 내가 나답지 않게 행동하고 있으며, 소중한 것들을 점점 잃고 있다는 자괴감과 두려움. 이러한 일련의 감정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요즘, ‘기쁘게 살아낸 나의 일 년’이라는 책의 부제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생을 기쁘게 ‘살아내다’라니. 어쩐지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루게릭 병에 걸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기자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엄지손가락으로 아이폰을 ‘톡톡’ 눌러 쓴 에세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실화이다.
그녀는 한 아이의 엄마이며 한 남자의 남편, 법원 담당의 기자이다. 멀쩡하던 삶을 한순간에 통으로 잃어버리게 생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생을 담담히 마주하기로 한다.
하고 싶었던 여행을 하고, 입양한 생모를 찾아 화해하고 오해를 푼다. 먼훗날 결혼할 딸을 위해 직접 드레스를 골라주고, 아들의 추억을 위해 멋진 모험을 강행한다. 그녀는 울지 않는다. 슬픔을 ‘참는 게’ 아니라 지금 ‘좋은 것들만’ 바라본다.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라는 문제는 우리에겐 늘 숙제이지만, 도무지 뜻대로, 생각한대로 되지 않는 영원한 미해결 문제이기도 하다. 대부분은 그저 살아지는대로, 살기에 바쁘지만 이 책 속의 그녀, 수전은 그것이 우리의 삶 전체에 있어 그리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살아내기’라고 하지 않았는가. 삶은 살아지는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틀면, 삶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고, 이 책 속에서 그녀는 말하고 있다.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의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읽는 내내 미소지을 수 있는 기분 좋은 이야기다. 억지로 웃음을 일어내지도 않고, 이렇게 살라고 훈계하지도 않는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은 그저 좋은 것을 ‘지금 하라’고 말하고 있다.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말이다. 그 ‘다음’이 오면 너무 늦어 후회할 수도 있으니.
다소 긴 이야기지만 우연히 만난 이 책으로 인해 나는 완벽히 위로 받았다.
삶이 어렵고, 아직도 서툴기만 하다고 느끼는 내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그렇게 힘든 것만은 아니라고, 조금만 눈을 돌리면 당신이 살고 있는 삶이 훨씬 ‘행복’하고 ‘멋진’ 삶 이란 한마디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