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서커스
에린 모겐스턴 지음, 윤정숙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어렸을 적, 설이나 추석이 되면 늘 기다렸던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각 국의 기예단이 나와 온갖 종류의 기예를 부리던 서커스 쇼와 화려한 무대 위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고는 했던 마술쇼가 바로 그것이다.

근래에 읽은 책 중, 어린 시절 푹 빠져보던 쇼들을 떠오르게 했던 책이 하나 있다, 에린 모겐스턴의 <나이트 서커스>

사실 잘 모르는 작가이고, 개인적으로는 순수 문학을 좋아하는 편이라 선뜻 읽지 못하고 있던 책이었다. 하지만 첫 페이지를 넘긴 후로 5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보고서야 그 끝을 내었다. 그만큼 몰입도와 흡인력이 강했던 소설.

 

제목과 표지에서 예상할 수 있듯, 이 소설에는 마법사가 등장한다. 런던 최고의 무대 마술사, 프로스페로와 그의 영원한 라이벌인 한 남자. 숙적이었던 이들의 운명은 대를 이어 그들의 아들과 딸에게도 이어진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지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특별한 꿈의 서커스에서 운명의 상대를 앞에 두고 만나게 된다. 서커스와 관련 된 주변인들과 실타래처럼 얽힌 운명, 그리고 그 둘의 사랑은 마지막 몇 페이지를 남기고서도 그 끝을 전혀 예상할 수 없게 진행된다. (하지만 그래서 더 끌린다.)

 

언뜻보면 소설의 배경은 트와일라잇과 해리포터를 연상시키며, 미국 10대들이 열광할 조금은 유치한 연애 소설로 오해를 살 수 있지만, 단언컨대 이 소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 환상적이고, 그 어떤 러브 스토리보다 로맨틱하며 강렬하다. 사랑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아픔이 담겨있고, 어른이 된 지금 우리가 그리워하는 어린시절 상상했던 그 무엇이 들어있다.

 

강렬한 스토리라인도 이 책의 강점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장면의 묘사 방식인 것 같다.

 

디저트는 언제나 놀랍다. 초콜릿과 버터스카치로 마무리한 혼을 쏙 빼놓는 과자. 크림과 리큐어로 터질 듯한 베리. 엄청난 높이의 케이크, 공기보다 가벼운 페이스트리. 꿀에 흠뻑 적신 무화가, 소용돌이와 꽃 모양의 설탕. 툭하면 손님들은 워낙 예쁘고 인상적이라 먹지 못하겠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먹어치운다._82p.

 

참 친절한 작가이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으로 세밀하고, 정교하게 서술하여 독자로 하여금 꿈과 환상의 세계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다리를 놓아준다.

이러니, 어찌 몰입하지 않을 수가 있나!

 

책을 보며 확신했던 건 이 책은 기필코 영화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볼거리가 많고, 누구나 공감할만한 스토리이며, 무엇보다 화려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팀버튼이나 바즈 루어만 감독이 이 영화의 수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어쨌든, 매력과 상상력이 넘치는 이 기발한 소설, 별 다섯 개를 아낌없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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