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와 바나나 테마 소설집
하성란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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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오래걸렸던 책이었다. 단편이라 금방 읽겠거니했는데 한 작가가 쓴 책이 아니라 호흡도 다르고 이야기도 제마다 다른 주제라 그런지 장편보다 단편이 더 읽기 어렵다는걸 몸소 체험했던 시간이었다. 다 읽고나서 뿌듯함마저 느껴졌던ㅎㅎ 초반부를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이유를 명확하게 알수없지만 책에 실려있는 단편소설들이 꽤 세련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 소설이 테마가 있다는 걸 몰랐고 중간쯤 되서야 역사적 사건이나 실존인물들을 등장시켜 허구와 버무린 소설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런지 꽤 기발한 내용들이 많았다. 상상력의 정도가 이 정도는 되어야 작가를 할수있구나 싶기도했고.
물론, 같은 작가 작품이 아니다보니 내용마다 더 와닿고 재밌는 작품이 있었고 지루하고 몰입도가 떨어지는 작품도 있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작품들 몇개를 추려보면,
 
<젤다와 나>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아내 젤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있다. 보통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녀는 피츠제럴드와 함께 화려한 사교생활을 했고 허영심많은 여자 그러니까. 남편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데이지에 그녀의 모습이 투사되었다는 정도가 대중에게 그녀가 알려진 정도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는 화려함 이면에 남편에게 이용당했던(?) 또 다른 그녀의 모습을 그리고있다.
 
<고귀한 혈통> 이사도라 던컨의 스쳐지나간 남자 패리스 싱어를 주인공으로 다루고있다. 그 이야기 속에서는 이사도라 던컨이 그의 스쳐지나간 여자가 된다.
 
<키스와 바나나> 베트남 전쟁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대해 다루고있다. 함께 먹고자고 했던 전우의 사망으로 분노한 그들은 한 마을을 끔찍하게 학살한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전쟁이라는 상황아래 학살당하는 민간인들에게 그들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지는 동정심은 찾기힘들다. 비교적 담담하게 써내려간 학살현장의 묘사는 읽는내내 소름끼치고 끔찍했고 실제는 더 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끔찍했다.
 
이 밖에도 '이 정도로 까도 심의에 걸리거나 작가 신상에 문제생기지않을까' 걱정했던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대구지하철 참사를 주제로 했던 <만년필>도 꽤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과 실제 존재했었던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을 읽다보면 그 사건들과 인물들에 대해 생각하게되고 몰랐던 이야기면 찾아보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작가가 하고싶어하는 이야기에 조금 범접한 기분이었다. 어쨌든 오래걸리긴 했지만 한 권의 책으로 여러명의 작가를 만나볼 수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집은 참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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