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 테오, 180일 간의 사랑의 기록
테오 지음 / 예담 / 2014년 4월

책 초반부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소설인줄 알았다. 그런데 중반쯤 읽고나서보니 작가의 자전적인 에세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사랑 이별 그리고 잠시의 유예동안의 사랑. 이 책에서 180일은 그런의미다. 이별한 후 그녀가 저자에게 주는 유예기간. 어떻게보면 현실성 떨어지는 이야기같기도한데 읽다보니 드라마단편극을 보는 느낌이었다. 유명한 에세이스트라고 들었는데 사실, 나에게는 처음이었던 책이다보니 그 전의 작품과 비교해서 어떤말을 하긴 어렵다. 읽고난 결과도 정의하기 쉽지않다. 그저 풍부한 감성을 가진 분이라는 것 밖에는......

 

문장 하나하나가 물이 뚝뚝 떨어질 것 처럼 촉촉해서 새벽에만 읽어야 할 것 같았는데 아무때나 읽어서 그랬나, 아님 요즘 감성이 바싹 메말라서였을까. 온전히 공감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냥 제3자의 눈으로 읽어내려갔던 책이었다. 공감의 문제일 수도 있고 그런 드라마틱한 사랑을 못해봐서 일지도, 이 책을 읽기에는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현실주의자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ㅎㅎ

 

어렸을 때는, 사랑의 끝은 결혼이라고 당연스럽게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지금, 누군가의 사랑을 타인이 판단하는 것은 무례한 짓이지만 조심스럽게 꺼내보면, 어쩌면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게 추억될 수 있는 건 딱 좋았던 순간들까지만 봉인해버렸기때문일수도 있지않을까 생각해본다. 

 

남의 사랑이야기를 읽고 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만, 읽고난 소감을 감히 이야기해보면 평범한 사람들 보다 조금 더 감성적인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라고 느껴진다. 현실적인 이유들도 헤어진걸 보면 아주 동떨어진 것 같진 않지만 또 둘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낭만적인 사랑을 했었던 것 같기도했다. 어쨌거나, 그녀와 만나 사랑하고, 다시 180일을 덤으로 얻은 것에대해 선물이라고 칭하는 저자. 현실적인 이유들로 원치않는 이별을 했지만, 과거의 사랑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것 보다는 기분좋은 추억쯤으로 기억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짧은 인생에서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보내는 시간보다는 사랑하면서 보내는 게 훨씬 나으니까. 이별의 괴로움 대신 아름다운 추억하나 더 가지고 있는거라고 생각하기를, 그러다보면 훗날 돌아보는 인생은 더 풍부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