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는 마음 - 아름다운 숲 나남수목원 나남신서 1810
조상호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되돌아보면 나는 주택에 살아서 제법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았던 거 같다. 매년 식목일에는 아빠와 함께 묘목을 사와 내 손으로 감나무를 심었었고, 집에는 석류나무, 모과나무, 포도나무, 대추나무, 무화과나무, 소나무, 향나무 등이 있었다. 항상 바지런하셨던 아빠는 모과를 향긋하게 잘 키워내셔서 모과철이 되면 동네 아줌마들이 우리 집으로 몰려오곤 했었다. 무화과가 어찌나 달큰한지 한참 무화과 철이 되면 개미들이 열매에 줄을 지어 있곤 했다. 활짝 열린 석류는 알알이 참 예뻤지만 내겐 너무 시기만 했었고, 놀러 온 사람들마다 왔다 갔다 오가며 포도를 따먹는 통에 정작 우리는 제대로 된 포도송이를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감이 익으면 반건조 시켜 곶감을 만들어 먹었던 기억도 새록새록... 덩굴장미가 대문을 뒤덮었던 그림 같은 집, 지나서 돌아보면 참 행복했던 유년의 기억이다. 어디 따로 나가지 않아도, 친구가 없이도 혼자 마당에서 몇 시간이고 놀 수 있었던 기억.

  나이가 점점 들수록 화려한 꽃보다 우직하고 묵묵한 나무가 더 좋아지는 거 같다. 좀 더 나이가 들면 더 심해지겠지? <나무 심는 마음>의 저자는 나남 출판사의 대표로 출판업에 오랜 세월 종사해오며 몇 년 전부터 수목원도 함께 조성해 가꾸어 나가고 있다. 책과 나무라... 참 묘하게 조화로운 연계가 아닐까 싶다. 둘 다 키워내는 재미와 의미가 각별한 것들...



  오랜 세월을 품어낸 나무를 보면 그 장대함과 묵묵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대왕 금강송을 보며 느껴지는 치열한 생존의 흔적들로 인해 왠지 뭉클해졌다. 나무는 나무 그 자체의 의지보다 사람과의 관계에 의해 생존이 연관된다니 왠지 모르게 안타깝기도 했다. 따로 관리되는 경우가 아니고선 대부분의 자연상태의 나무들 운명이 그러하다고.



  이 책은 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출판업에 종사하며 지켜본 여러 이야기들과 여행을 통한 세상 보기, 그리고 타인이 보는 저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책이다. 마치 각자 모두 다른 나무들이 모여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해야 할까. 평생을 출판인으로 수천 종류의 책을 만들고, 또 현재는 수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기르고 있는 저자의 삶을 보며 왠지 그는 나무같이 올곧은 사람은 아닐까 짐작해보게 한다. 책을 품은 숲에서 한 그루 나무처럼 살아내고 있는 그의 삶에선 오래된 나무 향내가 나는 듯하다. 더불어 나남 출판사의 의미가 '나와 남이 어울려 산다'라는 의미라니... 읽는 내내 왠지 모를 따뜻함이 함께 했던 <나무 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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