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ㅣ 푸른도서관 36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4월

  중학생 때 이 소설을 처음 읽었다. 어떤 계기로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그 전에 읽었던 『유진과 유진』을 쓴 작가라는 점과 얇은 두께의 책이라는 점 때문에 선택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된 내가 다시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얇은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담고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야기는 봄이의 무단결석으로 시작된다. 봄이의 무단결석에 크게 신경을 쓰지않던 담임선생님은 자신의 책상위에 누군가가 놓고 간 A4용지 묶음을 읽게 되고, 봄이의 무단결석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고1 수련회, 봄이네 반 아이들은 진실게임을 한다. 봄이는 자신에게 대학생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했고, 반 아이들은 봄이의 연애이야기를 흥미롭게 듣지만 속으로는 봄이의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봄이는 뚱뚱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진실’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고정관념에 가려진 진실. 이 책 속 고정관념은 뚱뚱한 외모인 봄이에게 잘생긴 대학생 남자친구가 있을 리 없다는 생각이다. 최근에 이 책을 다시 읽고나서 ‘진실’이라는 단어에서 드라마 ‘피노키오’가 떠올랐다.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지, 고정관념에 진실이 가려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드라마였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속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였다. 봄이의 남자친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다. 화자로 등장하는 봄이의 담임선생님도 ‘그런 아이(뚱뚱해서 맞는 교복이 없는 봄이를 지칭)에게 남자 친구가 있느냐고 묻는 것 자체가 실례인 것이다.’ ‘그 애(자신의 친구)보다 내가 더 예쁘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라는 문장에서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소설 속 소설을 읽는 구성이 흥미로웠다. 소설 속 제목이 각 주인공의 학번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물론 담임선생님이 읽은 소설은 소설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작가는 봄이의 사랑스러움과 봄이의 친구들에 대한 연민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봄이의 사랑스러움을 느낄만한 부분이 많이 없다는 점이다. 책을 다 읽고 봄이에 대한 느낌은 ‘착하다’뿐이었다. 친구들의 비밀을 다 지켜주고 친구가 민망하지 않게 모른척 해주는 봄이의 모습에서는 사랑스러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봄이는 스스로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이 없다. 봄이가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가졌다면 봄이가 사랑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 다시 이 책을 읽었을 때 내가 깨달은 것은 나 또한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고등학생 때 친해진 친구가 있다. 같은 반이었고 관심사가 비슷해서 친한 친구가 되었다. 눈치를 챘겠지만 그 친구는 봄이처럼 뚱뚱한 외모를 갖고 있다. 나는 은연중에 뚱뚱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 편견과는 다르게 그 친구는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여성스러운 친구였고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의 밝은 성격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친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첫인상을 외모로 판단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외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첫인상에 갇혀서 그 사람의 진실된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한다.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어 자신이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이 책을 다시 읽고 그 친구가 생각나지 않았다면, ‘그 친구 의외로 여성스럽다’라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면 나한테 고정관념이 있었는지 조차 몰랐을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 한시간만에 책을 다 읽을 정도로 책이 얇다. 하지만 읽으면서 혹은 읽은 후에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는 책이다. 솔직히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중학생 때나 지금이나 내 생각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이 그 이유다. 그래서 고정관념을 없애버리라고 주장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최소한 자신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고, 그 고정관념에 진실이 가려져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더 나아가 가려진 진실을 보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