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존재들
팀 플래치 지음, 장정문 옮김, 조홍섭 감수 / 소우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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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에서 “숭고미(Sublime)”는 아름다움(beauty)과 두려움(terror)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대상에게서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자연”이 가장 정확한 예시가 될 수 있겠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밝은 대낮에도 어두울 만큼 우거진 숲 한복판, 거대한 빙산,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고래의 꼬리, 물 속에서 직접 만나는 거대한 산호.


팀 플래치가 사진으로 남긴 멸종 위기 존재들의 사진을 보면 그런 숭고미가 느껴진다. 압도적인 자연풍경과 카메라 렌즈에 가득 담긴 동물들을 보고 있으면 아름답지만, “존재함”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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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멸종하는 이유는 인간이다. 무한한 우주의 시간에서 보면, 인간이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를 멸종시키는 속도는 소행성 충돌이 공룡을 몰살 시킨 속도와 비슷할 것 같다. 사람들은 고기, 가죽, 털, 혹은 정말 심미적 즐거움을 위해 동물들을 밀렵하고 환경오염을 시켜 그들의 서식지를 파괴시켜 동물들을 멸종시킨다. 


동굴영원(3번째 사진)은 공룡을 비롯한 대다수의 생명체를 멸종시켰던 운석충돌에서도 살아남은 녀석인데, 인간이 멸종시키고 있다. 

최대 100년까지 살고, 심지어 먹이를 먹지 않고 10년 정도 생존 가능하다고 알려진 이들은, 인간이 오염시킨 물이 지하로, 동굴로 흘러들면서 사라지고 있다. 인간의 파괴력은 소행성의 충돌보다도 치명적인 모양이다. 


동굴영원처럼 다소 이국적인, 낯선 외모의 동물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인형으로 만들어지고, 동물원에서 인기를 독차지하는- 자이언트 팬더, 레서 팬더, 코끼리, 기린, 사자, 호랑이 들도 모두 멸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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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판다는 동물종의 보호를 위해 막대한 지원을 받아 실제로 멸종 위기종에서 취약종으로 등급이 하향 조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판다를 보호하기 위해 해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비교적 “카리스마”가 덜한 수천 종의 동식물은 소리 없이 멸종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생물학적 다양성에 대한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제한된 자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개인적으로 판다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과 응원은 판다의 외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기준에서 봤을 때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


어쩌면 멸종과 보호까지 모두 지극히 인간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라는 생각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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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쟁기거북 (5번째 사진)은 아름다운 등껍질 때문에 몰살당하고 있다. 그래서 환경보호론자들은 거북을 잡아 의도적으로 등껍질을 훼손하였다. 등껍질 훼손은 신체적인 고통을 야기하지 않기에 참으로 창의적인 개입과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작가 팀 플래치도 그가 할 수 있는 예술적인 개입을 했다. 이 책을 읽는 모두에게 경각심과 분노, 수치심을 효과적으로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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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을 

“사진으로 구현한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 추천하는 문구를 보았다.


‘방주’라는 상징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멸종 위기종을 보호한다고 보호구역을 설정하여 그 안에 동물들을 가둔다. 대홍수에서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방주에 가뒀던 것처럼. 


보노보, 코끼리, 코뿔소, 판다 등 모두 인간이 자연보호구역이라 설정해 놓은 곳, 혹은 그들을 위한 연구소 지대 안에서 보호받으며 살아간다. 인간은 보호구역 이외의 대다수의 지구를 ‘사유화’ 하고 인간끼리만 나눠 쓴다. 자연을 동물에게 돌려주고, 우리도 지구에 존재하는 하나의 종으로 그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진정으로 모든 존재들을 지킬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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