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속에 감춰진 한국사회의 진실 - 진보의 시선으로 바라본 2010 한국사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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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서 2010년 초에 나온 연구서이다. 새사연은 자칭, 타칭 비주류 경제연구소이다. 우리가 해마다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되는 경제 전망, 경제 동향은 국책연구소나 대기업연구소에서 발표되는 것들인데, 새사연은 이들과는 전혀 다른 시각(진보적인 시각)에서 보고서를 발표한다. 2010년 한국 사회의 키워드로 새사연은 경제에서 ‘불확실성’, 정치에서 ‘반환점’, 사회에서 ‘격차의 확대’, 남북관계에서 ‘전환’ 등을 꼽는다.

 

김병권 새사연 부원장이 쓴 머리말은 “시장을 해석하는 전망, 시장을 개혁하는 전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의미를 더욱 강조하고 싶었던지 옛날 운동권 서적에 많이 쓰였던 방식대로 ‘해석’과 ‘개혁’의 두 단어 위에 방점까지 찍어 놓았다.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에서 “철학자들은 지금까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만 해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맑스의 경구 를 떠올리는 타이틀이다. 아마 맑스를 떠올리면서 타이틀을 정했을 것이다.

머리말에서 김 부원장은 기존의 경제 전망들이 시장의 합리성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며 이러한 전제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성은… 비합리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시장의 문제점을 짚고 그 개혁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것을 ‘발상의 전환’, ‘패러다임의 이동’이라고 자평한다. 이 책은 한마디로 진보적 성향에서 쓰여진 경제 전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경제위기와 동향에 대한 새사연의 기본 입장은 다음과 같다. 1997년 한국에 외환위기가 발생했지만 2000년에 IMF 부채를 다 청산했고, 수출은 40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외환보유고는 급증했고, 주가도 급등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 놓인 문제는 상품 및 자본시장의 해외의존도가 더욱 커졌다는 점이고 사회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지표경기는 회복됐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하다. 성장은 외형에 불과하고 시스템은 취약하다. 무엇보다 경기 회복에 국가가 강력하게 개입했다는 사실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게다가 일시적인 회복은 금융회사와 사기업의 부실을 정부와 가계가 떠안은 결과일 뿐, 여전히 위기는 존속한다.

 

이 책은 2010년 연구원에서 작성한 보고서들을 출판을 위해서 재구성한 책이다. 원래부터 일관된 목적으로 쓰인 책이 아니기 때문에 내용의 통일성과 균형감은 조금 떨어진다. 서론과 결론의 짤막한 챕터를 빼면 본문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전환기의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서는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가 어떻게 변화되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분석한다.

2부 “한국 국민의 삶, 어떻게 바뀔 것인가”는 1부에 비해 정책 보고서의 성격이 짙다. 주류 정책보고서에서의 강조점과 달리 여기서는 기업이 아닌 가계를 위한 정책이 제시된다.

3부 “안개 속의 한국사회와 전망”에서는 경제위기로 큰 영향을 받은 교육과 복지의 문제뿐 아니라 2010 지방선거와 남북관계까지 다룬다. 교육과 복지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좀 더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시기적으로 두 분야가 현안이었기 때문인지, 유독 이 두 분야에 새사연이 정책을 갖고 있었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 마지막 두 챕터는 다소 생뚱맞은 감이 없지 않다. 책 분량을 맞추기 위해서, 혹은 ‘정치적인’ 의도에서 끼워넣은 것 같다. 책의 통일성을 위해서는 앞의 교육과 복지에 준하는 주제를 다루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새사연은 2008년부터 해마다 전망 보고서를 발표해왔다. 이 책은 그 세 번째 해 되는 2010년 초에 나온 보고서를 엮은 것이다. 아무래도 모태가 전망 보고서에 있다 보니 각 논문의 깊이와 무게는 다소 떨어진다. 그 대신에 그 현실적 적실성은 더욱 유효하다. 각종 통계자료가 친절하게도 그래프로 많이 제시되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책 제목은 <성장률 속에 감춰진 한국사회의 진실>이라고 다소 산뜻하게 뽑았지만 책의 전체 내용과는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성장률’이 주된 화제도 아니고, ‘한국사회의 진실’이라고 할 만큼 뭔가 숨겨진 것을 밝히는 내용도 아니다. 책의 내용은 말하자면 “경제 위기에서 회복해가는 2010년을 맞아 서민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가?”이다. 그렇다면 제목은 <진보주의 시각에서 바라 본 2010 서민 경제정책 보고서> 정도가 더 정확할 것이다.

 

슬라예보 지젝의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세계 금융위기와 자본주의>라든가, 캘리니코스의 <무너지는 환상: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세계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따위의 책이 글로벌 경제위기의 양상과 세계적 파급효과에 대해서 다루었다면, 이 책은 그 주제를 한국적 수준에서, 그리고 실질적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그것도 기업 위주의 정책이 아닌 가계를 위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경제개혁에서 항상 소외되는 교육과 복지의 문제를 적절하게 다루고 있다. 이 점은 높이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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