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사기꾼 - 완전판 (과학의 사기꾼 + 지식의 사기꾼 합본) - 뛰어난 상상력과 속임수로 거짓 신화를 창조한 사람들
하인리히 찬클 지음, 김현정 외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현대 사회에서 과학의 중요성은 어떤 누구를 막론하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산업혁명을 이후, 21세기는 이제 제 3의 물결을 건너 제 4의 물결로 향해가고 있다. (제 4의 물결을 어떤 이는 ‘우주공학이다. 생명공학이다.’ 여러 가지 말이 많지만 그것들이 과학의 한 부야임에는 틀림없다.) 이렇게 발전해가는 과학의 힘 덕분으로 인간들은 더 풍족하고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되었음은 물론이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환경오염과 대량살상 무기개발, 인간의 기계화, 생명의 존엄성 파괴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은 우리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단순한 과학 기술의 발달 뿐 만 아니라 과학의 역할과 가치문제에 대한 논의가 현재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의 핵심에는 과학의 가치 중립성이란 문제가 놓여있다.

  과학의 가치 중립성 이란, 첫째 과학 지식이나 결과물들이 그 자체로서 가치에 관한 판단이나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 판단과 결정은 인간이 내린다는 것이다. 둘째 과학자들에 의해 얻어지는 어떤 과학의 법칙이나 이론, 혹은 결과물들은 개인의 취향이나 가치관, 또는 이해관계에 따라 취사선택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첫 번째에 관한 논의를 많이 해왔다. 어떻게 과학을 인류에게 올바르게 쓸 수 있을까라는 논의였고 그 가운데 과학이 역할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두 번째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책은 과학자 개인이 자신의 명성과 이득을 위해 또는 어떤 개인적 이유에서 과학의 가치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가치 중립성의 훼손이 첫 번째의 가치중립성 훼손만큼이나 인류에게 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 나온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개인의 가치관이나 이익, 명예 등으로 올바른 실험을 하지 않거나 표절, 조작, 또는 그 것에 대해 묵인이라는 방법으로 과학의 가치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과학의 가치중립성 훼손은 결국 개인적 파멸과 함께 인류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을 필자는 말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갈릴레이, 뉴턴, 아인슈타인, 멘델 등도 이러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흥미를 이끌어 내면서도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당대 초강국의 하나였던 소련을 마음대로 농락했던 리센코는 그의 권력욕으로 인한 그를 비판한 바빌로프의 목숨 뿐 만 아니라 당대의 많은 소련 국민들에게 배고픔을 안겨다 주었다. 이러한 예는 한 과학자가 과학의 가치 립성을 무시했을 때 그것이 단지 개인이나 과학이라는 한 학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으로 어떤 악영향을 줄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또 헤켈의 생물발생 법칙과 사진 조작은 과학의 가치중립성 훼손이 가져오는 폐해를 본인 스스로 느끼게 해주었다. 헤켈의 연구와 사진 조작의 내용을 읽다 보니 본인도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이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결국 본인과 같은 세대의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잘못된 생물학적 지식을 지니게 된 것이다. 동종요법을 연구한 방브니스트의 예도 이러한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동종요법 자체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지만 만약 방브니스트의 실험 조작이 밝혀지지 않고 동종요법이 과학적 다탕성을 얻고 그것이 대중적 치료 방법으로 널리 확산 되었다면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환자들이 많아졌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차델의 자장 합성 역시 방브니스의 동종요법 연구와 비슷한 맥락에 있다. 차델이 자장합성은 분자의 회전방향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의 조작이 밝혀지지 않고 인정되어  제약회사들이 이 방법을 통해 약을 만들어 냈다면, 콘테르간과 같은 부작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야 했을 것이다. 

  위의 예들은 과학자들이 잘못된 행위, 즉 과학의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행위를 통해 인간과 사회에 어떤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그 피해라는 것이 그리 크지 않고, 일상생활과 관련 없는 지식에 관한 것이며, 속임수가 밝혀져 아무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인데 무슨 큰 문제냐고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말이 없다지만 위의 속임수들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우리가 입어야 할 손실과 피해는 얼마 만큼일지 생각해 보자. 또한 그 속임수로 인해 상대적으로 뒤처지게 된 연구와 기술이 있다면 그것은 상대적으로 인류에게 있어 크나큰 손해 인 것이다. 또한 아직도 그 속임수가 밝혀지지 않아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과학자들의 과학의 가치중립성 훼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창클이 자기 집안 망신을 감수하면서 이러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역자가 지적했듯이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다잡기 위함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런 이유가 아닌 듯하다. 작자는 왜 과학자가 자신의 실험과 연구를 조작하고, 표절하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과학자를 핍박하는지 등에 대해 되도록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 과학자 개인의 욕망이 과학의 가치중립성을 훼손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과학자 개인의 윤리성 회복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은 과학과 점점 멀어져가는 현대인들에게 과학의 가치중립성의 중요함을 보여주며 과학자 개인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책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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