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역사 크로노스 총서 13
에드워드 J. 라슨 지음, 이충 옮김 / 을유문화사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느니라.”라는 구절은 창세기 1장 1절에 씌어 있는 말이다. 창세기는 이 세상의 시작을 절대자(신)의 창조물이라 표현했다. 서구 사회에서 아우구스티누스 황제에 의해 기독교가 공인되기 훨씬 이전부터 기독교는 유대인의 성서이며 역사였다. 그리고 기독교 공인 이후 그것은 전 서구 역사의 시초가 되었으며, 기독교는 종교로서의 의미를 초월하여 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절대적인 패러다임으로 무려 2000년 가까이 군림해 왔다. 따라서 이성과 합리를 근본으로 하는 과학도 그 패러다임이 기독교의 교리를 절대 침범하지 못했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이단으로 치부되어 처벌받기 일쑤였다.

  진화론이 태동하기 시작한 19C는 이미 산업혁명이 일어난 뒤로써 과학이 다른 여러 분야를 리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시기였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다윈에 의해 ‘진화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은 진화론과 창조론 중 어느 한쪽의 측면에서 서술하기 보다는 객관적인 위치에서 통시적인 관찰 및 연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진화론의 태동을 퀴비에의 화석학 연구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보고 있다. 다윈이 이미 등장하기 전에 진화론의 이론적 기초가 되는 연구들에 의미를 둠으로써 진화론이 어떻게 자연주의자들 사이에서 뿌리내릴 수 있었는지에 관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주로 지질학자들에 의한 화석학 연구가 그 중심이었는데 퀴비에를 중심으로 한 자연주의자들에 의해 행해졌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물의 현재 모습과 고생물의 모습과의 차이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자연주의자들 사이에서도 갑작스럽게 지층에 등장한 생물의 기원을 창조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도 품게 된다. 이는 진화론이 등장하여 학계와 대중들의 관심을 끌만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했다.

  다윈은 이런 배경 속에서 <종의 기원>을 출판했다.<종의 기원>의 출판은 단지 과학계에 대한 충격만은 아니었다. 대중들 사이에서도 인간이 과연 영장류에서부터 진화된 동물이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종교적으로도 창조론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기독교계와 다윈과 그를 지지하는 다윈론자들의 논쟁이 뜨겁게 이어졌다. 학계 자체적으로는 각 나라의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유전학,지질학,천문학 등)들은 각기 다윈의 이론을 반박 또는 지지하는 연구결과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이 과정에서 획기적인 이론적 발견들 그 예로 멘델의 유전법칙 ,DNA, 염색체등의 존재가 밝혀지고 이는 오늘날까지 연구되고 있는 주제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윈의 <적자생존>의 개념에 입각한 진화론은 그 근거들이 하나 둘 씩 반박되면서 다윈론자들의 입지는 줄어들었지만, 이로써 진화론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할 순 없다. 다윈이 제시한 진화론은 창조설에 입각하여 편협하고 제한된 시각으로 바라보던 자연을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는 눈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지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생식과정을 동물적인 종족보존의 기능에서 벗어나 생명의 탄생과 유전이라는 메커니즘을 도입하여 연구하는 시발이 되었다는 것도 다윈과 다윈론자들의 업적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폐쇄적인 종교로 군림했던 기독교의 교단이 진화론이냐 창조론이냐의 갈등에서 비롯된 다양한 토론으로서 현대적인 모습의 발전된 교리, 개방적인 교단을 갖추게 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본다.

  창조론과 진화론은 양자택일적인 선택사항이 아님을 이 책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진화론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 동시에 많은 과제를 주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두 가설, 즉 창조론과 진화론 모두 생명의 신비에 대한 인간의 오랜 궁금증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 하지만  인간이 하나의 피조물이든 자연적인 산물이든지간에 생명은 필연적이며, 인간이 스스로 퇴화되길 원하지 않는다면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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