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결말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3
김서령 지음, 제딧 그림 / 폴앤니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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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연애는 안녕하신가요?"

 

책 제목 <연애의 결말>을 접하는 순간, 마치 책이 나에게 이렇게 묻는 것 같았다. '내 연애는 잘 있나?...' 순간 복잡한 마음이 들었지만, 우선 소설집 <연애의 결말>에 담긴 이야기들부터 확인해보기로 했다. 모두 6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이야기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모두 재미있다.

 

"작정하고 그런 건 아니지만 여섯편의 소설 모두 결혼 이야기가 섞였다. <연애의 결말>이라 제목을 붙인 건 그 때문이었다"(p.216 작가의 말)

 

아하, 그래서 제목이 <연애의 결말>이었구나! 연애의 결말이 결혼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은 온전한 결말이 아닌 또다른 시작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다양한 수사로 결혼을 언급한다.

 

"긴 연애 끝에 더는 할 게 없어서 하는 결혼, 서로가 구원인 줄 알았으나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달아 접어버린 결혼, 백번 양보해 사랑까진 한다 쳐도 그게 같이 살기까지 할 일인지는 몰라 골치가 아픈 결혼. 어떤 결혼은 허랑방탕하고 어떤 결혼은 공연히 애틋하고 어떤 결혼은 '연대'여서, 내 여섯편 주인공들은 소설이 끝난 다음에도 여전히 처연하다."(p.216 작가의 말)

 

각각의 이야기에 담긴 '결말'이 슬며시 미소짓게도 하고, 때론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모든 등장 인물의 연애에 안부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책을 읽기 전, 살짝 걱정했던 '죽은 연애세포의 부활'은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었다. 일상적이고 지극히 현실적인 연애여서 좋았다. (죽은 연애세포 부활해봤자 별 소용도 없고) 독자 입장에서  '연애와 결혼'을 담담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첫번째 이야기 '어떤 일요일에 전하는 안부 인사'의 한 구절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스물여덟살 그때처럼 온갖 일에 호기심이 만발하지도 않으니 나는 그 골목을 쳐다보지 않기로 한다. 이름도 참 촌스러웠던 '카페 별'은 스물여덟살 그 시절에 그냥 두기로 한다. 어쩌면 그것이 나름대로, 한 시절에 안부를 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40~41)

 

한 시절에 안부를 전한다. 문득, '나는 어느 시절의 나'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을까?'로 생각이 이어졌다. 가끔 '왜 그렇게 살았니?'하고 스스로를 책망하게 되는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그 시절의 나에게 '잘 있어? 이젠 괜찮아'하고 다독여주고 싶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책을 고를 때 우선 순위는 '재미'다. 그런데 독서토론 강사활동을 하면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책'을 선정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독서토론을 할 만한 책을 만났을 때는 그야말로 '득템'의 즐거움이 있다. <연애의 결말>을 읽고 난 느낌이 그렇다. 독서모임에도 강추하는 바이다.

 

덧1.김서령 작가를 직접 뵌적은 없다. SNS나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을 때 '우아한 미모'가 돋보이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덧2.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문체가 나와  코드가 맞아서 더 잘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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