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코끼리 끌어안기
네이선 파일러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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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림, 편지, 일기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는 책.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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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수호자 바스탄 3부작 1
돌로레스 레돈도 지음, 남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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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을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된 책.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든 느낌은... 스페인... 그것도 바스탄 숲에 가보고 싶다. 그곳 공기를 들이마시고,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들, 여주인공이 사건 해결을 위해 거닐었던 장소에 가보고 싶다...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숲의 수호자 바사하운의 휘파람 소리가 들려올 것 같고, 고대 여신의 모습을 한 마리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주인공이 엘리손도 출신으로 나오긴 하지만 습한 공기, 안개가 드리운 곳, 숲이 우거져서 고대로부터 수많은 소문들이 전해져오는 이곳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장소처럼만 느껴진다. 마치 판타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신비로운 공간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연쇄살인 사건과 여주인공의 수사라는 현대 소설의 느낌을 마법의 공간 안에 녹여낸 마술적 리얼리즘으로도 읽히는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스릴러 소설이다. 초반부터 강렬... 인간의 짓이라곤 믿기 어려운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소설에 완전히 몰입하다 보니 계속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책이 끝나갈 때는 아쉬웠다. 2권에선 또 다른 신비로운 소재가 나온다던데 무척 기다려진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스페인에서도 고립된 문화라 할 수 있는 바스크 지방의 이국적 분위기이다. 엘리손도에서 일어난 사건을 엘리손도 출신인 형사가 수사하다 보니 이 지역에 대한 이야기가 수시로 나올 수밖에 없다. 돌로레스 레돈도가 이 부분을 풀어내는 과정은 감동적이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하다. 매해 홍수로 고통받아야 했던 마을 주민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경험들, 고대로부터 내려온 선과 악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 그리고 고통의 연속을 막기 위해 수백년, 아니 수천년 마을 사람들이 행해야 했던 여러 선행과 악행들... 배경이 유럽이다 보니 고대 여신과 수호자뿐만 아니라 샤먼과 가톨릭의 통합과정,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마녀사냥을 비롯한 여러 악행들, 이로 인해 고통받는 영혼들에게 휴식과 위안의 의미가 되어준 십자가의 의미 변천 과정 등이 나온다. 수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다 보니 사건을 머릿속으로 추론하는 장르소설만의 재미와 함께 지적인 쾌감도 안겨주는 책이었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착한 책이라고나 할까?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책 표지에서도 언급되는 여주인공 아마이아 살라사르. 완전히 홀릭되었다. FBI와 함께 교육을 받았고, 범죄를 인식하는 특별한 감각을 가진 살라사르 형사는 미국 예술가와 결혼했고, 고향이 싫어 엘리손도를 떠나 대도시에서 일하는 여자이다. 당연히 고향에 대한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3년째 아이를 가지지 못해 고통받고 있고, 가톨릭 신자이기도 하다. "어떻게 카톨릭 신자가 아닐 수 있을까! 엘리손도는 교회 옆에 세워졌으며, 그녀는 신자들과 함께 성장했다." 수사의 책임을 떠안고 향한 엘리손도에서 살라사르는 이미 유년시절부터 들어왔던 이야기임에도 부정하고 무시하는 태도를 일관한다. 울창하게 우거진 숲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어주지만, 한편으론 두려움과 현기증을 일으키는 존재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치 프랑스 소설가 프레드 바르가스를 떠올리게 하는 환상적인 이야기들. 이제까지 장르소설에서 나왔던 형사들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 남성들로 둘러싸인 경찰서란 공간에서 홀로 꿋꿋하게 극복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도 신선하다.

이제껏 장르소설을 많이 읽다 보니 같은 얘기가 반복되는 것 같아 다소 지루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국적인 소설 공간, 신비로운 신화와 전설의 존재들, 그리고 매혹적인 유럽의 과거 역사들이 소설 속 이야기와 밀접하고 절묘하게 얽혀 있어 매우 독창적으로 읽혔다. 인물들도 남다르고 개성 있으며 매력적이었다. 전제적으로 흥미롭게 잘 쓰인 소설인 듯. 3부작이라는데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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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이경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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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웨스터펠드 작품이군요. 미드나이터스 평이 좋던데, 이번 작품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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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셀러
아우구스토 쿠리 지음, 박원복 옮김 / 시작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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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지 않은 새벽, 등불을 들고 강 위를 헤쳐나가는 소년... 그리고 그 옆에 고요히 떠 있는 작은 섬과 하얀 새... 표지부터 마음을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었던 것 같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해지는 이 책에 나도 모르게 호감이 갔다. 책을 다 읽은 후 이 표지가 책 내용과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 알고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드림셀러", 즉 꿈을 파는 남자와 그의 제자들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묘한 책이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반영하듯 높은 빌딩에서 한 남자가 자살을 시도한다. 그의 자살을 막기 위해 경찰서장과 정신과 의사들이 대동되지만 어느 하나 그의 자살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빌딩 주변에는 사람들이 사람들이 모여 있다.

흔히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한편, '죽음'이 인간적인 고뇌와 혼란을 단번에 없대주는 마법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고통을 증오하지만 고통 자체에 대해서는 강한 매력을 느낀다. 또한 사고나 오명, 비참한 상황들을 단호히 거부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관심을 가진다. 자살도 마찬가지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충격으로 인한 번민과 불면의 밤을 걱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끔찍한 장면을 끝까지 지켜보려 한다. 

자살을 시도하는 한 남자를 그린 소설의 도입부도 신선하고 충격적이지만,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맛깔스런 입담과 남다른 통찰력도 마음을 빼앗길 만하다. 나오는 하나하나의 문장을 마음에 담아 오랫동안 되새기고 싶다.

평소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좋아하는데, 이 소설은 코엘료류의 메시지에 소설적 구성과 재미를 갖추고 있는 것 같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다. 우선 재미면에서 그렇다. 소설에는 꿈을 파는 남자와 자살 시도자 외에도 바르톨로메우, 에드송, 지마스 등 여러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개성 또한 강하다. 20년 이상 술에 찌들어 살았던 알코올중독자 바르톨로메우, 물건을 훔치는 것이라면 신의 경지에 달했다 할 수 있는 천사의 손 지마스, 신의 권능에 사로잡혀 기적을 행하는 데 목숨을 건 에드송 등등. 술에 취해 중심을 잃고 넘어진 바르톨로메우가 자기 밑에 깔린 노파를 치한으로 몰거나, 물건을 훔쳐 경찰서에 들어간 지마스가 무죄로 풀려나는 장면이나 신경강박증에 걸린 살로멍을 제자로 삼는 여러 가지 일들이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힌다.

"정말 못 말리는 사람이군요. 축하합니다! 당신처럼 똑똑하고 영리한 사기꾼은 처음 봅니다."
그러고는 다른 약속이 있다며 재빨리 사례금을 받으려 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천사의 손'은 그의 동공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자연스럽게 형사에게 했던 행동을 반복했다. 즉,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오른쪽 검지로 입술을 스치면서 휘파람 소리를 낸 다음, 그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를 톡톡톡 쳤다. 변호사는 너털 웃음을 터뜨리며 농담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지마스는 이전의 동작을 반복했다.
"어서 계산을 끝냅시다!"
변호사가 화난 듯 말했다.
'천사의 손'은 다시 한 번 그 동작을 반복했다. 더 이상 변호사도 화를 삭이기 어려운 듯했다. 변호사는 그를 고발하겠다고 혐박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를 고발하겠는가? 이미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이 정신장애자라고 형사에게 거듭 강조하지 않았던가.

신경강박증 환자에게 어떻게 꿈을 팔아야 할지 몰랐던 우리는 그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학식이 많은 내가 가장 뻣뻣한 자세로 있었다. 그때 산전수전을 수없이 겪어왔던 '꿀처럼 달콤한 입술'이 갑자기 자세를 낮추더니, 땅바닥에 난 작은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려 했다. 그러나 젊은이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바르톨로메우는 바보가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젊은이는 구멍 속에 손가락을 쑤셔 넣는 행위를 계속했다.
갑자기 에드송이 등을 돌리더니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손바닥으로 입을 막았다. 그런 '기적을 행하는 자'를 보고 엄청난 충동을 느꼈는지, 젊은이가 얼어서더니 그의 오른쪽 귓구멍에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그러자 '기적을 행하는 자'가 비명을 질렀다.
"악마여, 내게서 떨어져라. 내 몸에 손대지 마!"

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누구나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 문제를 삶의 기쁨으로 승화해나가며 웃음이 가득한 긍정적 삶을 살아간다. 책 속에 나오는 "비록 포도주가 떨어질지라도 삶은 언제나 축제였다"는 메시지는 아직도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지만, 그 문제들을 삶의 기쁨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있었다.하지만 그런 기회들을 거들떠보지 않고, 계속 내가 가지지 못한 것,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욕망해오지 않았나 싶다. 생각해보면 진정한 삶의 기쁨이란 우리 주변에 있는 사소한 것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것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개인의 선택 문제일 뿐이었다.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회사는 없었다. 연애도 할 수 없었다. 조롱의 대상인 남자에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타인에게 배척당하며 지금껏 살아왔다. 하지만 스승이 예견했듯, 그는 정말 강인한 사람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온갖 고난을 겪었지만 좌절하지 않았으며, 나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삶에는 여러 중요한 사건들이 있었지만, 사회에서 따돌림을 받고 고통스러웠던 시기를 제외하면, 즐겁게 살며 인생을 즐기는 법을 깨우쳤다. 그는 스승의 제자들보다도 멋진 삶을 살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현대판 예수와 그의 제자들의 여정을 읽고 있는 듯했다. 종교적 색채가 강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을 제자로 삼고 사람들에게 영혼의 빛을 안겨주는 그들의 여정에서 그런 느낌을 받은 듯하다. 이 책에는 아주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많이 나온다. 하나같이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건들임에도 유머러스하고 해학적으로 그려져서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때로는 크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후 마음에 남는 메시지는 깊고 강렬했다. 흥미와 삶의 지혜, 영적 메시지와 지적 호기심을 두루 만족시키는 <드림셀러>와 같은 책을 만났다는 것은 내게 행운이었다. 내 생의 단 한 권의 책을 꼽으라면 두말없이 이 책을 꼽지 않을까 싶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작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소개되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고 싶다.

ps. 이 책에 함께 실려 있는 그림은 박항률 화백의 그림이었다. 전시회에 가지 않고서는 접하기 어려운 그림, 좋아하는 화백의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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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셀러
아우구스토 쿠리 지음, 박원복 옮김 / 시작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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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고? 혹시 자살이 가장 불공정한 선고라는 건 알고 있소? 자살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변호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바로 사형선고를 내리지. 왜 자신에게 반박할 권리를 주지 않지? 왜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을 똑바로 응시하고 염세적인 생각에 저항하며 싸울 권리를 주지 않는 거요?"-26쪽

"인생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사람에게는 쉼표 하나, 그저 쉼표 하나를 팔고 있소."
"쉼표라고요?"
"그래요, 쉼표 하나. 계속해서 자신의 삶을 글로 남길 수 있도록 작은 쉼표 하나를 팔고 있소."-48쪽

"나는 고독과 슬픔 속에서 살고 있어요.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 같은 여자도 언젠가는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지금은 애인이 없지만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그녀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꿈을 꾸었다. 그녀의 말을 듣던 바르톨로메우는 술 냄새를 풍기고 말까지 더듬으며 외쳤다.
"당신은 아, 아주 섹시하고 아, 아름답습니다! 배, 백마를 탄 왕자를 차, 찾고 있다면 이미 찾은 거나 다름없어요. 나, 나랑 여, 연애할래요?"
그러고는 양팔을 벌렸다. 그가 땅에 쓰러지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던 나는 그를 부축해주었다. 그 뻔뻔스러운 술주정뱅이를 보고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스승은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따뜻하게 말했다.
"물론이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소. 하지만 당신 곁에 최고의 신랑감을 두더라도 당신 스스로의 삶과 진정한 사랑을 나누지 못한다면 불행해질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73-74쪽

"몇 층에 사십니까?"
"몇 층에 사냐고? 내 집은 이 세상 전부라네."
그가 조용히 말했다.
"베리 굿! 그 집 한번 마음에 드네요."
짧은 영어를 창피한 줄도 모르고 써먹는 바르톨로메우가 끼어들었다.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스승님?"
"여우도 굴이 있고 고중을 나는 새도 집이 있지만, 꿈을 파는 사람에게는 거처라는 게 따로 있지 않다네."-85-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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