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위안
송호성 지음 / 화인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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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의지意志한다'는 것은 내가 무엇인가를 '원한다'는 것이고, 이는 다시 말해서 '욕구한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가 나의 의지라면, 세계는 고난의 장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욕구는 무한하고 충족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의지의 노예로 머무는 한, 삶은 투쟁의 연속이며 본질적으로 괴로운 것이다." - <독서의 위안> 중 발췌, 쇼펜하우어/니체 편-  


<독서의 위안>을 읽으면 주옥같은 고전의 '언어'를 접하게 된다. 제목은 위안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위안이 아닌 '사물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눈'을 주는 위안이다. 그래서 이따금 마음이 시릴만큼 쿨하다. 순간의 위로가 아닌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창(window)을 제시한다. 저자의 시각이 아닌 역사가 보증하고 보전하는 고전의 눈이다.


"의지가 인식과 지성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한, 불행을 극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오직 돈만이 절대적으로 선한 것이다. 돈 이외의 수단은 단지 하나의 소망, 하나의 욕망만을 만족시켜줄 뿐이다."

"곤궁이 하류층의 재앙인 것처럼, 권태는 상류층의 재앙이다. 결국 우리의 삶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할 따름이다."

위 세 구절에서 쇼펜하우어의 '고통을 겪는 인간'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책에서 쇼펜하우어를 다루는 분량은 두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쇼펜하우어를 대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인물들의 철학을 다루고 있으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스피노자.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 공자, 묵자, 노자, 순자를 순방하고 독서의 효용성, 진리, 죽음, 돈, 에로티시즘, 문화, 이순신에 대한 에세이까지 우리에게 총체적인 인식을 선물하며 우리 지성의 문을 두드린다. 고전과 삶의 시간여행. 마음에 잘 간직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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