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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르 코르뷔지에 지음, 최정수 옮김, 한명식 감수 / 안그라픽스 / 2010년 6월
평점 :
눈에 보이는, 지각에 작용되는, 감성에 영향을 주는 모든 사물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채집한 영감의 추억록 『동방여행』. 보헤미아, 세르비아, 불가리아, 터키를 여행하면서 젊은 르 코르뷔지에가 글로 기록한 시간의 이미지들. 이 책은 르 코르뷔지에가 예술가로서, 건축가로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한 기간을 기록한 중요하고 의미심장한 자료가 될 것이다.
1911년, 베를린에 있는 페터베렌스사무소에서 설계사로 일하던 르 코르뷔지에는 친구 오귀스트 클립스탱과 함께 콘스탄티노플로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했다. 두 친구는 아주 적은 여비로 5월부터 10월까지 보헤미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터키를 두루 방랑하게 된다. 그 여정에서 르 코르뷔지에는 햇빛 아래 형태들이 벌이는 찬란한 유희이자 영혼의 긴밀한 체계인 그곳의 건축을 발견한다. 드레스덴에서 콘스탄티노플로, 아테네에서 폼페이로 옮겨가면서 르 코르뷔지에는 여행 일기를 쓴다. 일기에 여행하며 느낀 인상을 기록하고, 많은 데생도 남긴다. 그는 데생을 하면서 사물을 보는 방법을 깨우치게 된다.
그는 그때 기록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서 한 지방신문에 실었다. 얼마 뒤 그는 기록을 분류하고 다듬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든다. 이 책은 1914년 ‘동방여행(Le Voyage d’Orient)’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쟁 때문에 책 출간은 난관에 부딪혔고, 원고는 르 코르뷔지에의 서재에 계속 쌓여 있게 된다. 여행을 하고 54년이 흐른 뒤, 그는 마침내 젊은 시절의 망설임과 발견의 증거인 이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한다. 1965년 7월, 그는 다른 자료는 참고하지 않고 원고를 수정하고, 세심하게 주석을 붙인다. 그렇게 해서 태어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