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보는 즐거움
이윤옥 지음 / 학고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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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대한 해설이라 할까

그림에 대한 비평이라 할까

이제까지의 경험으로는 그림을 보기 전에 그림에 대한 해설을 먼저 읽은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그림과 그 그림에 대한 분석을 함께 접하면서 새로운 독서 체험을 할 수 있어 고마웠다.

 

오방색으로 치장한 커버를 넘기자 바로 뒷면에 얹혀진 김선두의 스케치 인물화,

어깨를 약간 뒤로 젖히고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정면에서 약간 비껴난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모습.

바로 그 시선의 처리에서 이 책의 방향을 읽을 수 있었다.

 

거리 두기.

작가의 의도나 철학이 작품 속에 어떻게 형상화 되어 있는가를 천착함에 있어

작품 그것 자체에 주관적으로 함몰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객관화한 시각이 인상적이었는데,

주제, 제재, 소재, 표현 기법 등에 렌즈의 촛점을 맞춰

그림을 분절적으로 파편화하기보다는 작가와 작품의 유기적 연결 고리를

한 발 물러서 광각 렌즈로 잡아내어 작가의 목소리를 최약음에서 최강음까지

치밀하게 녹취해 들려 줌으로써 책 속에 삽입된 90여개의 그림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았다.

 

다만 그림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지 못하고

종이에 인쇄된 반쯤은 박제화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그림의 숨소리를 나름대로 해석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어 조금은 아쉬웠다.

 

''사진은 면의 예술이다. 

  유한한 정보는 한 장의 사진 속에 들어가

  재배치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 받는다.

  이를테면 그것은 정보와 의미가 가득한  보물창고다.

  어느 시점, 어떤 이가 어떤 맥락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개방될 수 있다."

  -송경원, '2013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

 

위에 인용한 글에서 사진을 그림으로 치환해 놓고 읽으면

(박성태의 설치 미술 작품은 예외가 되겠지만)

그림은 역시 현장에서 실물을 감상할 때 비로소

그림 속에 재배치된 유한한 정보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개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논리에 갇혀 미로를 헤매는 

비평가들의 현학적 취미에서 멀찍이 벗어나 있는 문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림을 대하는 인문학적 안목에 새삼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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