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러시아 역사 -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그러나 서양사에 가려진 러시아 역사의 시작부터 푸틴까지
에이브러햄 애셔 지음, 김하은.신상돈 옮김 / 아이비북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막연하기만 한 러시아에 관심을 가진 건 비단 사회주의 혁명이나 KGB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강대국이면서도 안개에 휩싸인 듯한, 주류이면서도 스스로 비주류가 된, 그래서 더 궁금했던 나라가 바로 러시아였다. 생각보다 많은 분량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자그마치 400페이지. 일단 가성비가 좋은 글밥과 꽤나 멋진 디자인에 첫인상은 좋다.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결론부터 말을 하려니 민망하기도 하지만, 정말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마지막 세 챕터, 러시아 혁명과 레닌, 스탈린을 지나 푸틴까지 이어지는 러시아의 근현대사 부분이다. 물론 앞 쪽의 내용도 준수하다. 내용이 지루하지 않고 굵직한 사건만을 중심으로 시간 배열하여 금새 책장이 넘어간다. 하지만 방대한 역사라는 이야기를 고작 몇 백장의 종이에 담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기에 약간 무리가 따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과부적. 그렇지만, 뒷 부분은 조금 다르다. 불만스러웠던 부분은 다소 자유주의 진영의 입장에서 바라본 러시아를 그렸다는 것이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정말 유익한 내용들이 들어있다. 현대의 러시아, , 흐루시초프, 옐친, 푸틴 같은, 그저 조금만 아는 척 하면 세계 정세의 고수가 되어버리는 인물들의 상세한 이야기가 적혀있으니까. 왜 러시아가 아직도 주류로 나서지 못하는지, 러시아의 눈으로 보는 미국과의 대립, 어쩌면 세계를 이끌어 갔을지도 모를 마르크스주의를 레닌과 스탈린이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그저 읽기만 해도 지식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 같은 내용들로 책은 가득 차 있다. 국내 어느 시사지를 들여다보아도 배경지식 없이는 알아듣지 못하는 러시아에 대한 정치, 사회, 경제가 이 책 하나로 완결 지어진다. 이만큼 쉽게 러시아의 현 시점을 이야기하는 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마치며 내가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러시아에 대한 강한 매력이었다. 그저 관심 수준에 그쳤던 ㄹㅅㅇ라는 희미한 나라가 러시아라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책에 대한 아쉬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또 지식과 교양이라는 입장에서, 꽤 빠른 순위로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꼭 한 번 시간을 내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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