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철학이 없는 상태에서 타인의 좋은 철학이 담긴 매장을 발견하면, 누구든 살짝 바꾸어 자기 매장에 비슷하게 구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면 우리 제품을 남의 매장에 억지로 꿰맞추는 꼴이 된다. 그러니 흉내를 내더라도 제대로 알고 흉내 내야 한다. 원리를 알고 모방한 것과 모르고 모방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 ‘왜‘ 그렇게 했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시대가 변하기 때문이다. 시대는 가차 없이 변한다. 필연적으로 변한다. 창의적으로 변한다. 그렇게 시대는 변하면서 케케묵은 경칭과 사냥용 호른 뿐만 아니라 은으로 만든 호출종과 자개를 입힌 오페라글라스, 그리고 이제는 쓰임새가 없어진 온갖 종류의 공들여 만든 물건들을 골동품으로 만들어버린다.
안 자도, 일이 꼬여도, 세 사람의 입장이 각각 달라도, 나는 그걸 다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다른 누구보다 부모님 앞에서는 해내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걸 나 혼자서 증명해내려다 여정의 한가운데에서 내가 그렇게 부러졌고 결국 그건 아빠가 수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