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깥세상을 모르는, 이상하리만큼 아이 같았던 그들에게 말을 가르쳤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내가 불어넣어 준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정권의 군인들로 자라 주기만을 바란다. 나는 그들이 나의 가르침을 유지하고 나를 기억하고 체제를 의문시하기 시작했다가 무슨 일이 닥칠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런게 지나의 희망인지도 모른다. 국경을 넘거나 벙커를 찾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희망. 과거를 떠올리며 불행해하는 대신, 좋아지길 기대하며 없는 희망을 억지로 만들어 내는 대신 지금을 잘 살아 보려는 마음가짐. 불행이 바라는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트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아 가진 않을거야. 재앙이 원하는 대로 살진 않을거야.
때로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고 추웠던 기억만, 그렇게나 추웠던 기억만 난다.모든걸 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기억했으면 오늘날까지 살지 못했으리라.만주 위안소에서의 일들은 그녀의 머릿속에 얼음조각들처럼 흩어져 있다. 그 얼음 조각들 하나하나는 너무나도 차갑고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