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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 ㅣ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
아놀드 베넷 외 지음,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3월
평점 :
<세계추리소설걸작선>은 한국추리작가협회와 한스미디어가 <한국추리소설걸작선>에 이어 두번째로 진행한 책으로 19세기에서 20세기 초중반에 이르는 단편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그 동안 계간미스터리에 소개되었던 단편소설 및 평론 42편을 1, 2권으로 나누어 펴낸 책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단편집을 읽을 때 걱정이 앞서고는 했습니다. 물론 취향에 맞는 작품들도 있지만, 별로라고 생각되는 소설도 꼭 있었거든요.
이를 테면 어릴 적 과자종합선물세트 같은 겁니다. 받았을 때 기대감은 크지만, 맛있는 몇 가지를 빼놓고는 그냥그런 것도 있고, 무엇보다 계피맛 사탕같은 얼굴이 찡그려지는 맛도 존재하니까 말이지요.
하지만 다 읽고 난 후, 아주 흡족합니다. 이렇게 하나같이 재미있을 수가 있는 거군요. 물론 그 중에 더 취향에 맞는 소설은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없었던 소설은 꼽을 수가 없어요. 단편집을 이렇게 낼 수 있다니 대단합니다.
책을 받자마자 눈에 띄었던 점은 바로 구획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마치 케이크 조각 처럼 소설들 사이에 표시가 되어 있어 소설을 찾기 쉽게 되어 있습니다. 굳이 차례를 보지 않아도 원하는 소설을 찾을 수 있어 아주 편리했습니다.
<세계추리소설걸작선>이 여타 다른 작품집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소설뿐만 아니라 평론도 사이사이에 실려 있다는 점입니다. 책을 보면 짙은 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평론입니다. 케이크 층의 크림처럼 이 책을 더 돋보이고 풍족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2권에서는 특히 마음에 든 작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트 모란, 다이아몬드 헌터』
: 읽으면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탐정통신교육을 받으면서 열심히 노력을 하지만 핀트가 어긋난 피트 모란의 활약(?)이 아주 인상깊습니다.
『골초는 빨리 죽는다』
: 전통적인 복수의 메타포. 계속적인 반전이 속도감을 느끼게 합니다. 저는 비흡연자에 한 표 던집니다.
『아버지』
: 마지막 문장에서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둔중한 충격이 있었습니다.
『무대뒤의 살인』
: 후더닛, 하우더닛, 와이더닛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짧은 단편 3개입니다.
『알리바바의 주문』
: 비밀 범죄 조직을 막기 위한 피터 윔지 경의 활약상입니다. 이 범죄 조직의 집회는 『꿈의 노벨레』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인상적인 단편소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체스터튼이 브라운 신부 외의 작품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 준 『표적 위의 얼굴』, 말이 필요없는 『마리 로제 수수께끼』, 오르치 여사의 『나인스코어의 수수께끼 』, 노리즈키 린타로의 『이콜 Y의 비극』, 블랙 코미디같기도 한 쓰쓰이 야스타카의 『그녀들의 쇼핑』 등등이 있습니다. 또 평론은 조금은 다른 시각을 제공해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손선영 님의 해설이 화룡점정으로 재미를 더해 줍니다. 각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씌여져 있어 더 잘 이해됐고, 그 가치를 다시 되새기게 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내용을 곱씹는 습관이 있어서 읽는 데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다 읽고난 후의 포만감이 그득하니 말입니다.
이 책은 고전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입문자에 가까운 사람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매력있는 책입니다. 다양한 독자들을 두루 충족시켜줄 추리소설 황금기의 종합선물세트를 많은 사람들이 만나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