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양가감정은 논리적으로 설명하라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나만 해도 엄마 없이는 못 산다고 그렇게 오래 엄마를 포기 못 한다며 붙잡았으면서도, 엄마를 하루에 몇 번씩 아무도 모르는 데로 갖다 버리는 상상을 한 적 있어요.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마침내 엄마가 떠났을 때 나한테 슬픔보다 먼저 큰 부피로 찾아온 건 해방감이었어요. 당시 다니던회사에서 정말로 내게 악의를 지녔던 어떤 자는, 남의 장례식장에 와서는 한다는 말이, 해류 씨가 어떻게 해서 일부러보내드린 건 설마 아니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런 말을건넨다고 그게 위로가 되겠나요, 웃으면서 건넨다고 농담이되겠나요. 그런데도 나는 순간 정말 내가 그렇게 했을지도모른다고, 그래놓고 죄의식 때문에 기억을 지워버리거나 착각에 빠져 있는 거라는 생각마저 들지 뭐예요…….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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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던가. 엄마와 영주가 학교로 찾아왔던 그날, 선생님은 칠판에 예쁜 글씨를 쓰셨고 지저귀는 어린 새 같은 영주는 배에 힘을주며 큰 소리로 그 글씨들을 읽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박수를 쳤고엄마는 교실 문 앞에서 발갛게 달아오른 볼을 누르며 겸손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있었던 행복한 날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훗날 박 선생님이 나에게 그렇게 큰 은혜만을 베풀고 자취 없이 떠나가실 줄도 몰랐고, 사랑하는 나의 동생이 그렇게 덧없이 어린 숨결을 거둘 줄도 몰랐고, 엄마가 광인(狂人)이 되도록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될 줄도 몰랐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순간이 나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깊고 소중한 찰나라는 사실도 까맣게 모른 채 그저 신명나게 손바닥이 부풀도록 박수만 치고 있었다. 지금 단 한 번만이라도, 단 한번만이라도 그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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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냐니. 무슨 질문이 그래. 아들, 알려 줄 테니까 잘 기억해. 왜 사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냥. 그냥 살아.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래. 그냥 사는 게 사는 데 있어 가장 큰 이유야. 다른 이유는 없어. 돌멩이가 왜 딱딱한지 아니? 왜 나무는 말을 못 하게? 몰라. 나무도 돌도 몰라. 사람도 그래. 사는 데 이유는 없어.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 사는 건 피곤해지고 슬퍼진단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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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냐니, 무슨 질문이 그래. 아들, 알려 줄 테니까 잘 기억해, 왜 사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냥. 그냥 살아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래. 그냥 사는 게 사는 데 있어 가장 큰 이유야. 다른 이유는 없어. 돌멩이가 왜 딱딱한지 아니? 왜 나무는 말을 못 하게? 몰라. 나무도 돌도 몰라. 사람도 그래. 사는 데 이유는 없어.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 사는 건 피곤해지고 슬퍼진단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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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리는 비열한 행동을 그만두고 나서야 자신이 얼마나 비열했던가를 느낄 때가 있다. 그건 불을 켜고 나서야 방이 얼마나 어두웠던가를 깨닫는 것과 같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일상적으로 했던 행동들은 유령과 같다. 다들 알면서도 못 본 체하는 유령, 앨리스에게 화장실에 같이 가자고 말했을 때 나는 예전에 내가 어땠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일부러 앨리스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앨리스를 도와주기 위해 손을 든 적도, 단 1분이라도 그 아이에게 착하게 굴어 본 적도 없었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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