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아, 나를 꺼내 줘 - 제15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10
김진나 지음 / 사계절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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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나, 「소년아, 나를 꺼내줘」, 사계절, 2017.을 읽고

이 책은 내 시선을 끌었다. 선생님께서 이 책을 소개하실 때 짝사랑하는 친구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난 평소에 책도 잘 안 읽고 그림보다 글이 많은 소설은 더더욱 안 읽는데 장편소설이라고 하시길래 별로 흥미는 안 갔다. 근데 가까이서 보니까 책표지가 너무 예뻤다. 원래 '5번 레인'이라는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시선이 자꾸 이 책으로 갔다. 그래서 한번 읽어봤다. 솔직히 처음에는 재미없었고 다른 책을 읽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읽다보니 다음 내용이 더 궁금해지고 내 마음과 너무 똑닮은 주인공의 심리에 흥미를 느껴 더 읽고싶은 책이였다.

짝사랑
184쪽. "의미가 있는 줄 알았던 얼의 말에 의미가 없었단 걸 이젠 안다. 그건 "날씨가 좋네요"라는 말처럼 일상적인 말이였다. 나에겐 얼의 한마디가 별같았고 약속같았고 수줍은 마음같았고 순수같았고 미래같았고 웃음같았다. 내 마음은 얼에게 닿지 않았다."

주인공인 시지는 동갑내기 남자아이인 얼을 좋아하게 된다. 그렇게 10대 인생 첫사랑이 시작되었고 행동도 전과는 완전 다르게 변해간다. 나도 시지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그 아이는 처음에 별로 존재감이 없는 반친구였다. 그런데 피구 시간에 그 친구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호감을 느낀 것 같다. 처음에는 그냥 큰 의미없는 존경이라고 생각하면서 내 감정에 확신하지 못 했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아이를 신경쓰고 있었고 점점 그 아이에 대한 내 마음이 확실해졌다.
매일 학교가는 날만 기다리고 그렇게 좋아하던 주말과 방학이 싫어졌다. 그렇게 난 항상 나보다 그 아이를 먼저 생각했다. 귀여운 인형이 있으면 ‘갖고 싶다’가 아닌 ‘사주고 싶다’, 재밌어 보이는 곳이 있으면 같이 가고 싶다, 학원이 나랑 맞지 않는것 같아 끊으려고 했지만 그저 그 아이와 같은 학원에 다닌다는 이유로 끊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이의 아무 의미없는 모든 행동에 의미부여 했고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힘들어했다.
이처럼 좋아하는 아이가 생기면 그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아주 작은것 조차 신경쓰게 되다보니 ‘나’를 그 아이의 눈에 띌 수 있도록 조금씩 바꿔버린다. 그렇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기간에는 나의 몸과 마음을 성장시킬 수 있기에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몰랐다.
109쪽. "시험에 망친 나를 위로하기 위해 밤에 잠도 안 자고 나의 좋은 점을 100가지 써준 친구였다.(중략) 윤아는 추위를 많이 타는 나를 위해 자기 목도리를 풀어 건네준 친구였다. 그것도 모자라 윤아는 내가 연락하지 않는 동안에도 옆에서 참고 기다려주었다. 나는 몰랐다. 상관도 하지 않았다."

이 장면은 윤아가 짝사랑때문에 행동이 완전히 변한 시지에 대해 서운함을 털어놓고 시지는 자신을 배려해 줬던 윤아의 행동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장면이다. 난 윤아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몇년동안 먼저 연락한 적이 없는 친구와 관계를 이어나가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참아주었을까? 윤아도 서운한 적이 정말 많았을텐데 그걸 참고 시지를 배려해주는 모습이 너무 멋져보인다. 나는 저런 친구가 있다면 나를 얼마나 좋아해주고 아껴주는지 알기 때문에 더 잘 해줄것이다.
난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같이 지내던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와는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더욱 돈독했다. 그래서 그 친구와 5학년때까진 등교를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같이 했다. 나에겐 둘도 없는 정말 소중한 친구였지만 이상하게 난 그 친구와 등교할 때만 까칠하게 굴었다. 그래도 그 친구는 항상 참고 기다려주며 내가 기분이 좋지 않을때면 풀어주려고 노력해줬다. 그리고 그 친구는 항상 나에게 깜짝 선물을 해주었고 좋은 노래 가사가 있으면 나에게 보내주며 내 생각이 났다고 말해주었다. 내게는 언제나 비타민같은 친구였다. 그런데 그런 좋은 친구를 6학년때 이후로 잃어버린 것 같다. 코로나가 이유였을까, 이사가 이유였을까, 내 친구관계가 이유였을까.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그전보다 더 멀어졌다. 그리고 요즘엔 거의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문장을 보면서 그 친구가 생각났다. 내가 아무리 이렇게 다른 친구들이랑 제일 친하다고 생각해도 사실 내 마음속에 가장 편한 친구는 그 친구였기 때문에 제일 먼저 떠오른것 같고 가장 기억에 남았다.

작가의 의도는?
140쪽. “내가 한 일이라곤 여기서 얼을 좋아하는것 뿐이었다. 나는 여기에서 거기에 있는 얼을 좋아했다. 좋아한다면서 연락 한번을 안 했다.”

이 책은 계속해서 ‘나’라고 하며 이야기 하는걸 보면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이로 인해 독자들의 감정이입과 공감대 형성을 유발했고 작가의 의도도 그러했을 것이다. 만약 이 책의 시점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닌 3인칭 관찰자 시점이였다면 이야기의 내용이 완전이 뒤바뀔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주인공의 심리를 독자에게 잘 전달하지 못하게 되어서 지금과는 완전히 상반된 느낌의 책으로 탄생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책을 쓴것은 아주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말 했다시피 이 책은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쓴 장편 소설이다. 난 사실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림보다 글이 많은 소설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소설에 대한 흥미도가 올라간건 물론이고, 또 다른 장편 소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해주었다. 물론 그 처음과 중간에 그만 읽고 싶고 다른 책을 읽어볼까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뒤로 갈 수록 그런 생각을 한게 무색해질 만큼 좋은 책 이란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사용함으로써 몰입이 잘 되어 좋았고 일상적이고 친근한 내용 덕분에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난 이 책을 남녀노소 모두가 읽어보았으면 한다. 특히 나와 비슷한 또래의 10대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책 자체가 쉽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나와 같은 짝사랑을 하는 친구들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요즘 기말고사 준비 때문에 지칠때도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책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줄 수 있고 생각정리도 도와주는 책 이다. 하루를 마무리 할때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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