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부터의 도피
에리히 프롬 지음, 김석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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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통령이 바뀌었다. 세상이 거꾸로 가기 시작했다.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자유를 외쳤다. 이상한 것은 자유를 외치면 외칠수록 사람들은 점점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사람들은 숨어서 입을 막고 대통령을 욕했다. 그 이전 정부에서는 없었던 일이다. 그때 그들은 마음껏 대통령을 욕했다.

도대체 그에게 자유는 무슨 의미인가? 오래지 않아 그가 말하는 자유란 자기 혼자 왕처럼 군림하며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것이며, 한편으론 빨갱이를 탄압하고 억압하고 없애도 좋은 극단적인 ‘반공’임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전광훈 목사는 빨갱이들은 없애 버려야 한다고 그래도 되고 그럴 수 있는 것이 자유라고 외쳤다. 윤정부의 외교장관(박진)이 저자로 참여한 책의 제목은 ‘자유의 적에게는 자유가 없다’였다. 자유의 적, 그러니까 좌파/빨갱이에게는 자유란 있어서는 안되며 그들의 자유는 빼앗아도 된다는 이 ‘자유’ 신봉자들의 자기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진정한 자유란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자기가 원하는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이해도 없으면서 왜 자유를 외치는가?

일이 이 지경이고 보니 그러는 나는 자유에 대해 얼만큼 고민해 봤는지 묻게 되고 자유에 대해 더 잘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자유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종종 언급되었다.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서평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즘이 유럽을 뒤흔들었던 1930년대 말, 40년대로 넘어가던 시기에 에리히 프롬이 그 무엇보다 이 사회현상을 심리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으로 연구하고 쓴 책이다.

중세가 붕괴되고 종교의 힘이 약해지자 기댈 곳이 없어진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를 누리게 되었으나 오히려 고독과 불안에 빠져서 주어진 자유를 포기했다. 그들 위에 군림하고 지배하는 다른 무엇인가를 찾아 다시 굴복했던 것이다. 왜 그들은 자유로부터 도피하고, 결국에는 히틀러같은 독재자에게 복종하게 되었는가? 프롬은 이 질문을 심리학적으로 파고 들어간다.

여기에서 중요한 개념이 권위주의, 권위주의적 성격이다. 자라면서 충분한 사랑과 존중을 받지 못하고 권위로 지배하는 억압적인 환경에서 자라게 되면 점점 권위에 반항하고 분개하게 되는데, 힘이 없을 때는 권위에 복종할 수밖에 없으므로 스스로 힘 있는 자가 되기 위해 권력을 가지려는 열망, 즉 강한 권력욕을 가지게 된다. 다시 말해, 권위를 우러러보고 복종하는 경향이 있지만 (피학), 동시에 권력을 갈망하고 자신이 권력을 가진 지배자가 되어 남들을 복종시키고 싶어한다 (가학). 이렇게 가학성 피학성이 한 사람 안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권위주의적인 성격의 본질이라고 프롬은 말한다. 권위주의적인 성격의 사람 안에는 타인을 무제한으로 지배하고 타인을 향한 파괴성까지 포함하고 있는 가학성과, 또 한편으로는 압도적으로 강한 힘에 자기 자신을 완전히 녹여 복종하면서 그 힘이 가진 영향력을 자기도 일부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피학성이 동시에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설명하는 것을 보니 누군가 떠오르지 않는가? 겉으로는 끊임없이 자유를 외치면서 정작 국민의 입을 틀어 막고 표현의 자유를 막고 왕으로 군림하는 그 누군가가. 그러면서도 밖에 나가서는 스스로 강대국이라 믿는 미국과 일본에 납작 엎드리는 어느 나라의 대통령이. 프롬은 그를 몰랐다. 그는 히틀러를 연구했다.

이 책을 읽고 많은 것들이 좀 더 쉽게 이해되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깊어지고 사람을 이해하는 폭도 조금 더 넓어진 것 같다. 그리고 권위주의적인 성격의 사람을 더 잘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내게 그런 모습이 있지 않은 지도 돌아보게도 된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도 배우고 얻어갈 것이 많은 책이다. 독서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권하고 싶다.

"대중이 원하는 것은 더 강한 자가 승리하고 더 약한 자는 전멸하거나 무조건 항복하는 것이다"

– 서울의 봄의 전두광의 대사가 생각난다. "인간이 명령 내리는 거 좋아하는 거 같제? 인간이라는 동물은 …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 주기를 바란다니까?"

"약한 남자를 지배하기 보다 강한 남자에게 복종하기를 바라는 여자처럼" 대중은 말로 이야기하는 사람, 호소하는 사람보다는 지배하는 자를 사랑한다. 대중이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떤 경쟁자도 용납하지 않는 (절대적인) 신념을 훨씬 더 좋아한다는 말도 남겼다. 그나마 히틀러와 전두광은 피학자의 심리를 잘 파악했다고 올려치기라도 해야 하나.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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