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체론 - 천황제 속에 담긴 일본의 허구
시라이 사토시 지음, 한승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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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본정치사에 거의 문외한이라고 해야하는 것이 옳을 정도로 본인은 일본 근현대 정치사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국체론이란 무엇인가. 국체란 천황을 핵심으로 하는, 어쩌면 천황제 그 자체인 메이지유신 이후 확립된 천황 중심의 왕정복고적 근대 일본 통치체제를 일컫습니다. 국체를 기반으로 일본의 근대체계는 성립되었고, 그것은 동아시아에 대한 침탈 없이는 성립될 수 없는 어쩌면 모순된 체계였다고 시라이는 말하고 있습니다.

“영속 패전 레짐의 파산은 ‘전후의 국체’의 파산과 동일한 것이다. (중략) 생각해보면, ‘전전의 국체’의 해체는 실로 파국적인 상황을 통해서 이뤄졌다.” p.69

책에서 시라이는 국체의 형성과 발전, 붕괴의 틀을 통해 국체가 어떻게 형성되고 붕괴되는가 전쟁 전과 후의 모습을 비교해서 보여줍니다. 전전의 국체는 천황이었으나 전후의 국체는 미국이다라는 내용을 저는 아직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미국을 중심으로 하여 6.25동란과 월남전을 거치며 성장해오던 일본이 이제는 냉전의 끝과 동시에 몰락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후의 일본의 위치를 ‘전후 신성로마제국 체제’라고도 말하고 있는 시라이는 1985년 미국의 ‘플라자 합의’ 이후로 일본에 대한 미국의 약탈이 시작되었고, 소위 일본의 경제를 얘기할 때 나오는 ‘잃어버린 30년’은 그때를 기점으로 삼아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퇴행적 과거 회구를 가속시킨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을 부흥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웠던 전범세력 및 우파 내셔널리스트 연합세력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꿔말하면 국제적 지위가 향상되고 영향력이 증대된 시기에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주체적이고 창조적으로 선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그 뒤 이어진 ‘국체의 붕괴기’가 매우 곤란한 시대가 됐다. (중략) ‘국체’는 ‘언덕 위의 구름 – 메이지 레짐에서는 독립의 유지와 ’일등국‘화, 전후 레짐에서는 패전으로부터의 재건과 선진국화-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했다. 그런 목적들이 달성된 이상 국체는 어떤 의미에서든 청산돼야만 했다. 하지만 국체의 불가시화는 실효와 유사하게 보였을지언정, 결국 국체를 ’자연화‘한것에 지나지 않았다.” p.217~218

근래에 일본 정권에서 보여준 행보는 주변국,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게 크고 작은 마찰들을 일으켰었습니다. 왜 일본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가를 비록 개인적 견해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다소 정확하게 짚어주는 것 같아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본 정치사에 대한 입문서로써도 나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며, 전후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전전의 내용과 비교하여 설명해주기 때문에 일본 근현대사의 대략적 흐름에 대한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론부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서평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현대 일본이 처한 기괴한 핍색상태를 설명해주는 핵심이 국체다. 이 책의 핵심은 국화와 성조기의 결합을 전후국체의 본질로, 즉 전후 일본의 특이한 대미 종속이 구조화된 필연성의 핵심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진주만 공격 당시 일본이 전장에서 승리했음에도 본질적으로 파멸해가고 있었던 것과 같은 의미에서 오늘날 일본 사회 또한 파멸하고 있으며, 그것은 전후 국체에 의해 규정당한 일본 사회의 내재적 한계의 표출이다.” p.6~7


***본서평은 부흥카페 서평이벤트 (https://cafe.naver.com/booheong/197643) 에 응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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