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아이디어 (양장)
아마르티아 센 지음, 이규원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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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책. 철학에 대한 기본기가 있다면 훨씬 좋겠지만 없어도 읽을 만하다. 워낙 '글빨(?!)'이 좋은 저자라 아무리 어려운 개념도 재치 있는 예시와 비유를 통해 무난하게 설명해 낸다. 여러 언론이 인용한 '세 아이와 피리' 이야기가 대표적이긴 한데 그밖에도 기억에 남을 만한 여러 예시와 문학적 비유, 무엇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인도의 역사적 일화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사상적 깊이 면에서는 결코 쉬운 책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근래 접한 책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책이다. 센 교수의 반세기에 이르는 연구 결과가 집대성되어 있다고 홍보하던데 맞는 듯하다. 그간 그가 연구해온 자유, 평등, 역량, 행복, 복지 등 모든 개념이 '정의'라는 대주제의 재료로서 각자의 역할을 다한다.

물론 그간의 연구결과를 모으는 데 그치는 책은 아니다. 수백 년을 이어온 주류 철학의 정의론에 맞서는 그만의 독창적 사상이 펼쳐진다. 그저 말장난에 불과한 비판이 아닌 차원이 다른 비판으로, 아주 쉽게 말하자면(무리하게 요약해 보자면) 정의를 새롭게 정의하는 쓸데없는 짓은 이제 그만두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부당하다고 인식하는 눈앞의 불의(기아, 압제 등등)부터 하나씩 제거해 감으로써 조금 더 정의로운 사회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의 도덕적 감각과 이성적 추론 능력, 그리고 민주주의의 중요한 과정인 공적 추론이 크게 한몫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만만치 않은 책이다. 그러나 중요한 책이고 늦게나마 한국에 소개된 것을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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