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변혁은 누군가의 희생을 부른다. 시스템이 해야할 일을 대신하다가 고통받는 일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하나만 들자면 시스템 구성원들의 무지가 가장 큰 문제다. 구성원들이 인식의 힘 있는 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긍정적 사회 변화는 개인의 희생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성원들이 책을 즐겨 읽는 사회가 되어야 하리라.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면 그 미래는 오지 않는다. 그 미래를 대비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붕괴를 예측하자 많은 이들이 마르크스의 책을 읽고 그에 대비했고, 역설적으로 그랬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붕괴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마르크스 이전의 자봇주의와는 많이 다른 자본주의다. 유발하라리의 책들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함으로써 그 미래는 도래해지 않겠지만 그로인해 변화한 미래가 도래할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그의 책을 읽는 일은 즐겁다.
김기택의 시는 지금 유행하는 시들과는 좀 다르다. 전위적인 요소가 없어서 초현실주의의 냉새를 풍기지 않으면 저평가되는 요즘 시류에서는 크게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재능없음을 모호한 문장으로 감추려하지 않는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관차력의 문장을 구사한다. 쉬르레아리즘? 뭐 그런 용어를 써가며 관념론을 편치는 비평가나 시인을 볼 때면 김기택의 시가 읽고 싶어진다.
아내의 안락사를 도우는 남편. 2층 침실에 아내를 눕히고 안락사용 주사를 놓는다. 아내의 숨이 꺼져가는 걸 확인한 후 일 층으로 내려온다. 일 층에는 그의 젊고 아름다운 내연녀가 기다리고 있다. 이제 둘만의 로맨스가 펼쳐질 순간 기막히고 희안한 일이 벌어진다. 이 단편을 읽었을 때, 이 이야기가 왜 훌륭한 이야기라고 평가 받는 것인지, 의아했다.(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이 소설집을 극찬했다) 하지만 책을 덮고 일상을 누리던 도중 이 야기의 섬뜩한 상황의 의미가 이해되는 순간이 내게 찾아왔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구성해서 묘사하는 작가에 대한 맹렬한 질투심도 동시에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