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이었어요.

우리는 처음에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남편이랑 나는 나치 일당은 무슨 일이건 저지를 자들이라고 늘 말해왔는데도 말이에요. 그런데도 우리는 그 얘기만큼은 믿지 않았어요. 군사적으로 볼 때 불필요한 데다 부적절한 일이었으니까요. 남편은 전직 군사史학자예요. 그래서 그런 문제에 대한 이해력이 좋아요. 남편은 그런 말에 넘어가지 말라고, 그런 이야기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어요. 그 인간들이 그 정도까지 막갈 수는 없다고요! 그러다 반년쯤 후에 우리는 결국 그 얘기를 믿게 됐어요. 증거가 있었으니까요. 충격이 정말로 컸어요. 우리는 그 사건 전에는 “그래, 사람에게는 누구나 적敵이 있게 마련이지” 하고 말했어요. 그건 전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사람이 적을 가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뭔가요? 그런데 이건 달랐어요. 정말이지 거대한 심연이 열린 것만 같았어요. 우리는 어느 시점이 되면 정치적으로 만사에 대한 보상책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다른 만사에 대한 보상책도 그럭저럭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는 아니었어요. 이건 절대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에요. 단순히 희생자의 규모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에요. 그런 짓을 자행한 방법, 시신 훼손 등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그와 관련해서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이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에요. 거기서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어요.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그걸 용납할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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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이었어요.

우리는 처음에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남편이랑 나는 나치 일당은 무슨 일이건 저지를 자들이라고 늘 말해왔는데도 말이에요. 그런데도 우리는 그 얘기만큼은 믿지 않았어요. 군사적으로 볼 때 불필요한 데다 부적절한 일이었으니까요. 남편은 전직 군사史학자예요. 그래서 그런 문제에 대한 이해력이 좋아요. 남편은 그런 말에 넘어가지 말라고, 그런 이야기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어요. 그 인간들이 그 정도까지 막갈 수는 없다고요! 그러다 반년쯤 후에 우리는 결국 그 얘기를 믿게 됐어요. 증거가 있었으니까요. 충격이 정말로 컸어요. 우리는 그 사건 전에는 “그래, 사람에게는 누구나 적敵이 있게 마련이지” 하고 말했어요. 그건 전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사람이 적을 가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뭔가요? 그런데 이건 달랐어요. 정말이지 거대한 심연이 열린 것만 같았어요. 우리는 어느 시점이 되면 정치적으로 만사에 대한 보상책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다른 만사에 대한 보상책도 그럭저럭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는 아니었어요. 이건 절대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에요. 단순히 희생자의 규모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에요. 그런 짓을 자행한 방법, 시신 훼손 등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그와 관련해서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이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에요. 거기서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어요.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그걸 용납할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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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페인트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과학 시간에 마찰에 대해 배운 적이 있어요. 마찰은 서로 접촉하는 물질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인데, 언제나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만 생겨난대요."
"미안, 나 그쪽은 약해."
하나가 항복하듯 두 손을 들었다.
"사람의 마음과 마음 사이에도 분명 마찰이 있을 거예요."
너무 가까우면 부딪치는 가족처럼 말이다.
"마찰의 원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급적 적게 부딪치겠지?"
"이론과 현실은 엄연히 다를 텐데요?"
나와 하나가 동시에 웃었다. 바람이 불어와 우리 둘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하나의 미소는 편안해 보였고, 자신의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삶 또한 당당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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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0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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