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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81
제인 오스틴 지음, 박용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 해외 매체에서 안 읽어도 읽은 척 하는 책 TOP 9을 뽑았는데, 그 중 9위에 오만과 편견이 채택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사씨남정기나 구운몽 정도로 유명한 고전인걸까. 그동안 나도 제목만 알고 읽지 않아서 아는 척!만 하다가, 이제라도 다행히 읽고 나서 “나도 읽었어!”라고 말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영국의 한 마을에는 5명의 딸을 가지고 있는 베넛씨네 집이 있는데, 어느 날 그 동네로 어 떤 영앤리치앤핸섬가이인 빙리가 이사를 온다. 그 빙리와 친구인 다씨, 그리고 베넛씨네 딸들이 엮이며 소설이 전개된다.
남자 주인공은 소설에서 처음 등장하는 빙리가 아니라, 좀 더 나중에 등장하는 그의 친구 다씨이다. 왜 빙리가 아니라 다씨가 주인공이냐 하면, 다씨가 좀 더 리치하기 때문인걸까. 아무튼 그 다씨와 썸씽이 생기는 배넛씨네 딸래미는 둘째 딸래미이다. 둘째인 엘리자베스는 언니보다는 이쁘진 않지만, 사려깊고 지혜로운 여자로 묘사된다. 이렇게 남녀 주인공을 설명했다면, 이제 왜 제목이 ‘오만과 편견’인지 설명할 차례이다.
‘오만’은 남주 다씨의 성격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다씨는 자신의 오만함 때문에 좋아하는 엘리자베스에게 대차게 거절당한다. 얼마나 오만했냐 사례를 들어보면,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여성들을 보고 외모로만 판단했다. 또한 자신의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을 진행하려 했지만, 그 여자가 친구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멋대로 판단하여 반대하고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거기다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청혼을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주 기세등등하게 고백하기까지 한다. 오만 그 자체로 보인다.
‘편견’ 또한 여주 엘리자베스의 성격을 잘 보여주
는 단어이다. 내성적 혹은 과묵한 성격이어서 다른 이들에게 쉽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다씨를 건방진 성격이라고 제멋대로 판단한다. 본인의 누나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수줍어서 그런 거라며 두둔하면서, 다씨는 예의가 없어서 그러는 거라는 편견을 가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외양이 흡족스러운 다른 남성이 다씨에 대해 거짓말을 하며 험담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다씨를 혐오하는 편견 또한 가진다. 후에 그 오해가 풀리고 자신의 편견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오만과 편견』이라는 소설이 유명한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사씨남정기’의 위상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 하다. 현대의 로맨스소설과 비교했을 때, ‘사씨남정기’의 구성은 다소 개연성이 떨어진다던가 전개가 느슨하다단가 등의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옛날에 이렇게 흥미로운 사랑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읽혔다는 것 자체로도 ‘사씨남정기’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오만과 편견』 역시 현대의 소설과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이 있다. 긴박함이 떨어지고, 주인공 커플이 서로 사랑을 느끼게 된 이유가 자세히 드러나지 않아 몰입이 어려운 점 등이 독자가 느끼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오만과 편견』을 읽으며, 현재 소비되는 로맨스 소설, 영화, 드라마 등의 모태가 되었음을 인지하고 소설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엔,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2006년 개봉작)도 보았다. 같은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접하는 방식이 다를 때에 느껴지는 또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전개가 빠르다는 점은 이 영화가 가지는 장점이다. 다만 내가 바랬던 그 시대 복장의 화려함이라던가, 잘생긴 남자주인공으로 인한 두근거림이라던가, 좀 더 러브라인이 두드러지는 각색 등의 장점들은 느낄 수가 없었다. 영화 속 장면들은 잊어버리고, 책을 읽으며 내 머리 속으로 떠오른 상상만을 간직해야 할 듯하다.
#고전소설 #오만과편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