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과 실 - 잡아라, 그 실을. 글이 다 날아가 버리기 전에
앨리스 매티슨 지음, 허진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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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지만 우리 아는 사이 아닌가요?"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지금 막 책을 펼쳐든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 작가는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단순한 독자가 아니라, 글을 쓰고 싶어하고 실제로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만약 그이가 일상에 쫓기고 생활에 시달리는, 작가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마디를 덧붙인다. "이기적이 되세요."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것과 계속 글을 쓰는 일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당연히 후자가 훨씬 어렵다. 글을 쓰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직업, 가사노동은 물론 인터넷과 넷플릭스와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재미있는 이야기들... 그래서 작가의 '이기적이 되라'는 선언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쳐가며 글을 쓰라는 말이 아니라, 그 어떤 상황에서도 글을 계속 쓰라는 요청으로 보였다.

이제 그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꾸준히 글을 쓸 의지를 다졌다면, 뒤이어 작가는 이 '지망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작가 자신의 경험은 물론 좋은 작품들의 실례를 들어 어떻게 더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분석하고 조언한다. 

그러나 이 책이 단순히 글쓰기 교본에 그치지 않는다. 작가의 조언이 글쓰기의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쓰는 이를 둘러싼 견고한 편견, 두려움, 검열, 때로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서라는 데에 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마치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연'처럼 자유롭게(때로는 방종이라고 할 정도로) 자신의 욕망과 상상력을, 글을 통해서는 얼마든지 펼쳐나갈 수 있고 그것이 소설을 더욱 재미있고 가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제목처럼 연에는 '실'도 필요하다. 연이 마구잡이로 날아가지 않게 하는, 적절한 때에 잡아채는 실이 소설을 완성한다.

스스로 만든 벽에 부딪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한계를 두지 않은 마음이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을 지 마음의 연의 실을 길게길게 풀어보면 좋을 것 같다. 설령 당장 소설로 완성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상상들이 어디서 어떻게 안착할지는 모를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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