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이야기 더봄 중국문학 전집 1
쑤퉁 지음, 양성희 옮김 / 더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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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추리소설에 빠져 있던 나.
최근 번역 공부를 하면서 '중국 문학 작품을 좀 읽어 볼까' 하는 찰나에
'참새 이야기'가 내 눈에 들어왔다.

[허삼관 매혈기]의 작가 위화가 극찬한 소설이어서 내용이 궁금했고,
마침 중국의 개혁개방 시기를 다룬 이야기를 보고 싶기도 했다.
택배로 온 책을 보고 나서 3초의 정적...
'책이 생각보다 두.껍.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첫 페이지를 펴기 전까지는 좀 우물쭈물 했던 게 사실이다.

'당랑포선, 황작재후(螳螂捕蟬, 黃雀在後)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 하나, 참새가 뒤에 있음을 모른다.

책 앞부분에 있는 '번역자의 말'에서 이 고사성어를 알게 된 후부터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어떤 '참새'가 나올지 궁금한 마음에 567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예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완독하게 됐다.

책의 '차례'를 보면 다른 책과 다른 구성이 하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 주인공을 각각 한번씩 조명하면서
'바오룬의 봄', '류성의 가을', '미스 바이의 여름'으로 짜여져 있는 것이다.
투박하고 거칠지만 순수한 청년 바오룬,
부모의 돈과 꽌시로 살아가는 류성,
도도한 성격의 선녀(미스 바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할아버지를 간호하다 밧줄 매듭에 소질이 생긴 바오룬은
병원 정원사 손녀인 선녀를 짝사랑하게 된다.
도도하고 건방진 선녀를 향한 바오룬의 사랑 표현은 어설프기만 했고,
그는 순간의 자존심에 선녀를 밧줄로 묶은 후 도망친다.
밧줄에 묶여 있던 선녀를 류성이 범하고,
돈 없고 꽌시 없는 바오룬은 그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한다.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인 듯, 이들이 재회하게 되면서 안타깝고 불안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시대적인 배경도 그들의 이야기에 적용했겠지만, 나는 세 인물 개개인에 더 집중해서 읽었다.
하나같이 서툴기만 한 그들의 처세가 모든 일들을 초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치 않았던 말 한 마디가 결국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그 풀리지 않은 오해로 인해 더욱 큰 일들이 벌어진다.
이것은 소설 속 세 인물뿐 아니라 소설 밖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으리라.
공감이 가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는 세 인물의 이야기.
소설의 중반에 접어들면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읽어 내려갔다.

주인공이긴 싫으나, 이런 것이 우리네 삶일 것이다

소설을 다 읽은 후, 책을 접으면서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생각한 순간, '아차!' 싶었다.
내가 그토록 궁금해 했던 참새가 등장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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