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의 <나담끌>이 인생작인데 현대 로맨스를 쓰면서도 역시 작가님의 강점인 감정묘사는 전혀 빠지지 않네요. 이번 소설도 최고에요. 이런 스토리라인에 기대되는 전형을 예상한다면 좀 어긋난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제각각의 입장을 가진 두 사람이, 두 세계가 충돌해서 와장창 한 뒤에 하나로 붙어가는 과정을 낱낱이 파헤치는 서술이 너무 흥미진진해요. 그것도 체력도 열정도 남아도는 20대에만 할 수 있는, 정말 원색적이고 강렬한 감정과 욕망 표현. 무척 재밌습니다.
여주가 짜증난다는 평이 많지만, 역시 저한텐 (처음에) 남주가 재수 없었습니다. 뒤로 갈수록 남주가 진국이구나 인정하긴 했지만 처음엔 좀 재수없었어. 여주는 그냥 현실적입니다. 여자도 입덕부정 좀 할 수 있고, 자존심 세고 성질도 내고 의심도 좀 할 수 있고, 천성적으로 인정욕구와 자아가 비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바보같이 성실하고 고지식한 면도 있고, 좋아하는 남자가 기죽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어요. 사실 양기쾌남이 좋으면서도 싫은 심리 너무 잘 알겠거든요.
그리고 작가님은 진짜 사랑앞에 바보X신X태가 되는 남자들을 정말 잘 그리세요ㅋㅋㅋㅋ 여주는 입덕부정공이고 남주는 너 ㅈㄴ 짜증나는데 ㅈㄴ 좋아 상태고. 그냥 istj와 enfp의 연애같아요. 모든게 극과 극. 그러면서도 서로 자기 나름대로 사랑에는 굉장에 진지합니다. 다른게 판타지가 아니라 여자로서 복잡미묘한 부분을 다 진지하게 들어주는 차인한이 판타지에요.
반비님 여주들은 목표를 향해 맹목적으로 달리다가 고꾸라지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그래서 먹먹해지기도 하고, 공감 가기도 합니다. 전쟁같고 다시없을 사랑을 하고, 그리고 씩씩해지는 작가님 여주들이 좋아요. 그리고 여주들이 세상의 기준에 맞춰 본인을 양보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