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읽는 sf소설이 처음으로 읽어보는 천선란작가님이 쓴 작품이어서 영광이었다. 《노랜드》를 읽기 시작한 바로 그날 독서노트에 '문체의 마법사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작가'라는 말을 적었다. 정말 이 표현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문장 하나하나 완벽했다. 겉으로 화려하기만 한 게 아니라, 그 자체가 마음을 쥐고 흔들었다. 지금껏 소설을 읽으면서 울컥했던 건 <유리의 살의>가 유일했는데 이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게다가 《노랜드》에서는 그 기분의 8할이 문체에서 왔다. 만약 이런 문장이 아니었다면 그냥 그저그런 미래의 상상 속 이야기로만 읽고 책을 덮었을 것이다. 사실 아직 읽는 중인데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에게>와 <우주를 날아가는 새>이다. 《노랜드》는 단순히 미래의 이야기를 나열하는 게 아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세상이 함께 반영되어 있어 더 와닿았다. 미래가 오지않아도 충분히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와 좌절, 그리고 희망.. 그것들이 오지않은 미래에 대한 상상과 합쳐지며 《노랜드》는 더할나위 없는 작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