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처음 방문을 잠근 날 - 자존감, 효능감을 높이는 독서처방전
최희숙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의 나는 육아를 떠나서 결혼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마 아이가 처음 방문을 잠근 날이라는 제목에 아무런 흥미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4, 조카가 생긴 뒤로 삶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이 책을 읽은 것이다. 조카가 나중에 커서 이모 미워.” 라며 퉁명스레 대답하거나 짜증을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아려와 아이들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보니 오히려 내 조카에 대한 공부보다 나의 학창시절을 회상하게 되었다.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을 인용하며 시작되는 한 꼭지가 있다. 마지막 2연이 강렬해서 기억에 남는 시 중 하나인데, 이 시를 통해 작가는 오늘날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불안과 두려움, 질투와 결핍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며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작가의 딸 이야기를 예시로 들었는데, 이 이야기를 보면서 내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나 역시 성적이 떨어지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게 될까봐 티 안나게 아등바등 공부했었다. 어쩌다가 고등학교 입학시험에서 수학 1등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 고등학교 3년 내내 2등으로 밀려나고 싶지 않아 울면서 수학 공부를 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심지어 문과였는데 말이다. 그때를 회상하면 스스로 놀랄 정도로 악착같이 공부했기에 기특하면서도 그 당시 나는 불안하고 불행했기에 그 때의 나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정말 멋진 어른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가의 아들이 문방구 주인에게 맞고 들어왔는데, 작가는 문방구 주인에게 무슨 일이냐며 묻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이해한다고 이야기하며 정중하게 아이에게 사과를 부탁한다. 아이가 남에게 그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말이다. 문방구 주인 또한 좋은 어른이라고 느꼈는데 곧바로 아이가 가장 좋아하던 자동차 장난감을 사들고 와서 사과를 했다. 나라면 작가처럼 차분히 말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문방구 주인처럼 빠르게 내 행동을 사과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어린 아이에게! 책을 읽으면서 아직 나는 좋은 사람이 되기엔 멀었구나 라며 많은 반성을 했다.


 이 책을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게 필요한 책 일테니 읽어보고 언니에게 추천해야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은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문학만 인용했다면 지루할 수도 있겠다 라고 했을 텐데 영화 등 우리에게 친근한 매체가 등장하기 때문에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부모님과 나의 관계, 나와 주변사람과의 관계 뿐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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