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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맥주 인문학 - 맥주 한 잔에 담긴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이야기
이강희 지음 / 북카라반 / 2018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다. <맛있는 맥주 인문학>이라니. 좋아하는 두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이란! 이 책에는 제목에 쓰인 대로 맥주에 대한 설명과 이것과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 지식 등이 담겨 있다.
책에 담긴 내용 중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기네스북’의 기네스가 맥주 회사라는 사실이었다. 술집에서 사소한 내기나 논쟁 등을 위해 기록되던 심심풀이용 책이 ‘기네스북’의 시초라고 한다. 그리고 이 회사는 상당한 복지를 제공하는데, 아일랜드 최초로 사망한 직원의 부인에게까지 연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나라를 대표하는 맥주 회사들 중 공익을 위해 힘쓰는 곳들이 많이 있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맥주 회사인 ‘칼스버그’는 재단을 설립해 과학 전반에 많은 기여를 했을 뿐 아니라, 예술과 문화에도 관심이 많아 수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했다고 한다. 또, 맥주 양조사업에서 생기는 수익은 주로 공익사업에 투자를 했다.
그리고 가장 나의 흥미를 일으킨 것은 바로 ‘트라피스트 맥주’이다. 사순절 기간 금식을 해야 하는 수도원에서, 금식 기간 중 수분 섭취는 허용되기에 일명 ‘액체 빵’으로 불리는 맥주를 마셨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수도승들이 양조하기 시작했고, 현재 수도원에서 만들어지는 이 ‘트라피스트 맥주’들은 맥주 세계에서 성스러운 존재로 취급 받는다고 한다. 정말 마셔보고 싶다. 수도원에서 와인을 만드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맥주도 잘 만든다니. 역시 술은 신의 선물인걸까.
또, ‘비어가르텐’라는 곳에 방문객들에게 적용되는 규칙들이 신선했다. ‘추아그로아스테’라고 불리는 이 규칙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규칙이 있는데, ‘슈탐디쉬’라는 단골들의 자리에는 방문객은 앉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실 때 마다 잔을 부딪쳐야 한다는 규칙도 있는데 상상만 해도 불편하게 느껴졌다.
맥주잔에 만들어지는 거품 띠인 ‘엔젤링’에 대한 설명도 인상 깊었다. 엔젤링은 마케팅을 위한 단어이고 정확한 명칭은 ‘레이싱’이다. 이는 잘 만든 맥주를 가리는 수단 보다는 마시는 맥주잔의 청결도를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맥주라고 해도 더러운 잔에는 ‘레이싱’이 생기지 않는다고. 펍의 청결도를 체크해 볼 수 있는 좋은 정보를 얻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도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북한의 대동강 맥주다. 이 맥주는 7가지 종류가 있다. 나는 6번 맥주를 너무나도 맛보고 싶다. 커피향이 나는 흑맥주라는데. 설명만 봐도 맛있을 것 같다. 어서 빨리 북한에서 평양냉면과 함께 대동강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