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에서 쇼팽을 듣다 - 나의 하루를 그림과 클래식으로 위로받는 마법 같은 시간
안인모 지음 / 지식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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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이 되는 예술과 그 영감의 층 사이사이에는 기억이 있고 기록이 있습니다.

그림과 음악으로 예술은 기억되고 기록됩니다.

우리의 삶도 기록되었을 때,

사적인 기억을 넘어선 작품이 될 수 있겠지요.

무엇을 어떻게 남길지, 행복한 고민 좀 해볼까요?


피아니스트 안인모라는 이름보다 동시통역사 안현모의 언니로 더 잘 알려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누구의 언니로 불려지기엔 그녀가 가진 예술가적 달란트가 너무 크다.

출판사가 소개하는 그녀의 프로필에는

피아니스트, 클래식 연구가, 콘서트 가이드, 작가라는 다양한 직업이 기재되어 있다.

직업 연주자이기도 하지만, 그녀는 이미 1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클래식 컨텐츠를 소개하는 유튜버이다.

나 또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 그녀를 알게 되었고, 팬이 되었다.

클래식 관련 책모임을 할 때 그녀의 채널을 많이 참고하였는데,

클래식 아티스트를 비롯해, 영화와의 콜라보, 클래식 상식, 곡 소개 등

클래식 분야를 넓고 깊게 소개하고 있어

비전공자도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있다.

나 역시 비전공자로서 몇년 전부터 미술을 가까이 하고 있다.

미술사 공부도 하고 미술 감상과 에세이에도 푹 빠져 있다.

특히 작품을 감상하며 글을 쓸 때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하면

노랫말이 있는 음악보다 덜 방해가 되고 오히려 그림과 사유의 시간에 더 몰입할 수 있다.

그런 시간이 축적되다 보니,

만약 내가 그림에 관한 책을 내는 작가라면, 클래식 음악과 접목시킨 아이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언젠가 했었다.

그런데, 그런 책이 나와버렸다.​

제목마저도 로맨틱한 "루브르에서 쇼팽을 듣다"라니...

채도가 낮은 인디언 핑크색의 표지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최고의 클래식 해설가 안인모가 예술로 전하는 따뜻한 응원

나의 하루를 그림과 클래식으로 위로받는 마법 같은 시간

책은

일과 꿈

성장

사랑과 이별

인간관계

휴식과 위로

아픔과 소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여섯 개의 대주제 안에 우리네 인생사가 다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터.

각각의 챕터는 10개 내외의 그림이 주제에 맞게 실려 있고, 각각의 그림에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클래식 곡들이 함께 한다. 곡은 큐알코드가 제시되어 있어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자는 우선 그림에 대한 소개를 한다.

어느시대, 어떤사조의 작가인지부터 그림에 담긴 히스토리, 작가의 일생까지 간결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그 그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마치 친언니가 토닥토닥 다독여주는 듯한 뉘앙스로 풀어나가고 있어

무척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런 다음

음악에 대한 소개를 한다.

역시 어느시대, 어떤사조의 음악가인지부터 음악에 담긴 히스토리, 음악가의 일생까지 설명하고 있다.

클래식 전공자답게 음악에 대해서는 짧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전문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무척 신뢰롭다.

​저자가 그림과 곡을 매칭한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저자의 그림과 음악에 대한 설명을 읽다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음악을 들으면 더욱 공감이 간다.

​책에 실린 그림이나 음악, 어느 것 하나 인상깊지 않은 것은 없지만

그래도 가장 인상깊은 작품 하나를 꼽으라면

제임스엔소르의 '가면에 둘러싸인 자화상(1899)'로베르트 슈만의 '꾸밈없이 진심으로(1849)'이다.

그림 속 울고 웃는 가면은 어딘지 부자연스럽고,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섬뜩하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가면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뭔가 속이는 것, 솔직하지 않은 것을 뜻하는 것도 같다.

하지만, 저자는 이 속에서 우리네 삶의 고단함과 가면의 필요성(?)을 찾아낸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내가 정한 이미지로 연출하기 좋도록 여러 개의 가면을 구비하고 있지요.

가면은 무방비 상태의 나를 보호해 주고,

곤경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좋은 도구예요.

좋은 가면은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가 안정감을 느끼며 살아가도록 도와줍니다


내가 만든 이미지로 나를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어쩌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캐'같은 것이라고 보면 될까?

그림에서 화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찾는 것도 관람객의 하나의 역할이지만

꼭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다.

그림 속에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도 나의 자유!

그 속에서 나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낸다면

나는 그 그림을 영원히 마음 속에 담아둘 수 있다.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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