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의 시 - 2014-2015 이성복 시론집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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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는 시인으로서의 인생이 정점이 있는 산봉우리를 오르는 것이 아니라, 시작도 끝도 없는 해안 절벽을 따라가는 것이 아닐까 해요. 완성 같은 것은 애초에, 어디에도 없고 이십대 삼십대의 벼랑, 사십대 오십대의 벼랑이 있을 뿐이며, 마침내 이 몸과 이 마음이 소진하면 그 가파르고 위험한 벼랑이란 것도 없어지겠지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런 생각이 지금의 저를 자유롭게 해주어요. 만약 어떤 ‘완성‘을 이루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면 얼마나 자책에 사로잡히겠어요. 하지만 완성이란 것도 어떤 정점이 있고, 거기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산봉우리의 은유일 뿐이지요. 사실은 단 하나의 정상이 아니라, 여러 개의 서로 다른 봉우리들이 있을 테지요. 가령 들뢰즈의 ‘천 개의 고원‘이나 ‘리좀‘ 같은 비유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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