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와 길을 걷다 -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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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떽쥐베리의 어린왕자는 필독서라 할 만큼 유명하고도 유명한 책이다.

초등학교 시절 어린왕자를 읽을 땐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말 그대로 그저 글을 읽었을 뿐이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린왕자 책을 다시 읽어보면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많아서 해마다 한번씩은 꼭 다시 읽어보는 내 인생의 도서가 되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 닥쳤을 때 매번 꺼내보게 되는 책 어린왕자.
그래서 어린왕자 신간이 나오면 종류별로 여러가지 사 모았었는데 우연히 <어린왕자와 길을걷다> 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인연인지...
최근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오소희 작가의 신간이라는 것을 보고 '이건 운명적 책이다' 바로 주문하기에 이르렀고, 어린왕자와 오소희 작가의 만남은 나에게 역시나 실망을 주지 않았다.
그래, 이거지.

술술술 읽혀 내려가는 소설처럼 오소희 작가의 이야기는 에세이 종류임에도 불구하고 잘 읽혀내려간다. 허나 읽다가 종종 숨을 고르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예를들면,,,


[과천에 있는 초등학교 가운데 무지개학교가 있다. 대안학교인 이곳에서는 재작년 중등부를 신설해 처음으로 중학교 1학년을 받았다. 대부분 무지개학교에서 초등과정을 마친 아이들이 그대로 올라와 중학교 신입생이 되었다. 이 신입생들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중증 장애우 두 명과 함께 공부했다. A는 그 장애우 중 한 명이다. 사실 A는 무지개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있었는데, 거기서부터 같은 방에 있던 친구들과 함께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무지개 중학교 1학년 가운데 몇몇은 아장아장 걷던 시절부터 A와 줄곧 지내왔단 뜻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생활하고 공부한다는 것은 참 여러 의미를 지닌다. 아마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짐작을 한참 초월하는 일일 것이다. 이를테면, 어린이집 시절 유아들은 A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고통받았다. 꼬집힘을 당했고, 얻어맞았고, 시도 때도 없는 괴성에 시달렸다. 선생님은 A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벅차 다른 아이들을 거의 돌보지 못했다.

그때 내게 그 아이들의 부모는 대단하게 생각되면서도 동시에 무리한‘운동가’들처럼 보였다.

 

그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들이 공원에서 놀고 있을 때 장애우가 나타났다. 다른 학교 아이들이 장애우를 놀렸다. 무지개학교 아이들이 다가가서 말했다.

“그러지 마. 몸이 불편하지만, 우리와 똑같은 친구야.”

나는 그 아이들의 부모에게 경외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6학년이 되어 졸업 여행을 갔다. 마침 자기들끼리만 있던 목욕탕에서 A가 바지에 대변을 보고 말았다. 무지개학교에서 ‘회의’는 생활이다. 아이들은 얼른 대책을 의논했다. 친구가 부끄럽지 않도록 하려면,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움직여야 했다. 아이들은 대변을 팬티째 비닐에 넣어 꽁꽁 묶어버리고 친구를 씻겨 주었다.

나는 부모들 뿐 아니라 그 아이들에게도 경외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중학교 1학년이 되었다. A가 “학년대표가 되고싶어!” 라고 반복적으로 주장했다. A의 지능은 여섯 살 아이 수준이다. 대안학교에서 학년대표는 퍽 할 일이 많은 자리다. 대내적인 업무 뿐 아니라 외부에 나가 학교를 소개하거나 손님들이 왔을 때 학교를 안내하는 등, 공부만 하는 일반 중학교와 달리 수많은 연례행사들을 치러내야 하는 자리다. 그러나 초등학교 내내 학년대표를 못해본 A가 원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다시 회의를 했다.

“내년에 새로 동생들이 들어오면 A가 이끌어가기 정말 어려울거야. A가 학년대표를 하려면 지금이 가장 좋은 때인지도 몰라. 부대표가 좀 많이 일하고 우리도 많이 도와주면 되지 않을까?”

아이들은 A를 학년대표로 선출했다.

지금, 그 아이들은 내게 작은 위인들이다.]


나는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어느순간 지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였는데 이 글을 읽는 순간 다시 교육과 배움의 중요성, 우리 아이들에 대한 희망이 살아났다.


오소희 작가는 아들 중빈과의 여행기를 에세이로 발간했지만 요즘 유행하는그저 그런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여행하면서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 편견,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이 오소희 작가의 특별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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