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 추억하는 것 - 어느 소설가가 쓴 삶을 되돌아보는 마지막 기록
코리 테일러 지음, 김희주 옮김 / 스토리유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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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의자 팔걸이 위 작은 새 한 마리가 시선을 잡아끈다. 암 투병 중 자신이 살아온, 그리고 죽는다는 것에 관해 적은 책이다. 지금은 별이 된 이 호주 소설가는 자신이 좋아했고, 꿈꾸었고, 누렸던 삶의 즐거움과 슬픔, 인생에 대한 열정과 실패도 아름다웠다고 말한다. 위로나 포장의 말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소중한 인생이 보이는 것 같다.

 

이제는 이웃집 개 리트리버보다도 더 가볍고, 하루 일과가 화장실 몇 번을 힘들게 갔다 오는 일이 전부가 되었다는 작가는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것은 축복’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어떤 기억 하나에 왜라고 물음표를 붙이고 집착하거나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불행했던 기억조차도 애정 어린 추억담으로 재생된다고, 기쁨이 인생의 어느 특정한 시간에 있는 게 아니라 한 타래 금실로 짠 삶처럼 기쁨이 삶 전체를 누빈 것 같다고도 하는데, 이는 <신과 함께>라는 영화에서도 자홍(차태현분)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던 김향기가 이와 비슷한 말을 하는 장면이 생각났다. 생을 다 살고 나면 결국 불행과 행운은 한 끗 차이인 건가? 그러니 앞으로는 일희일비하면서 촐싹거리지 않고, 불행하거나 슬픈 일이 생겨도 ‘금실로 짠 삶 전체’를 바라보고 담대해질 것을 생각해본다.      

무엇이 제일 그리울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짧게 대답하자면 31년을 같이 산 남편과 그리고 아이들 얼굴이다. 길게 대답하자면 세상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다. 바람, 태양, 비, 눈 그리고 그 외에 다른 모든 것들도.

대개는 살아보지 못한 삶을 상상할 때 내 미래가 이렇게 펼쳐지지 않았을까, 하고 멋대로 추정한다. 그리고 살아보지 않은 삶이 실제의 삶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살아온 삶이 유일한 삶이자 나만의 특별한 삶이라는 것을 안다. 어차피 과거란 영원한 가능성에 머무는 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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